나는 산악인으로서 산을 사랑하고 백두대간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본지에 연재되는 권종훈씨의 백두대간 산행기를 열심히 읽으면서 함께 대간 길을 따라간 덕분에 중지했던 나의 종주산행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산행기를 엮어 책(‘백두대간 구경 가세’(가제))으로 만들고자 원고를 준비하는 중에 잠시 경주신문의 지면에 나들이를 나왔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에서 지리산 천왕봉까지 능선으로 이어진 산줄기로서 한반도의 중추를 이루고 있다. 여기서 뻗어나간 1정간 13정맥이 국토의 골격을 만들고, 그 사이에서 발원된 물줄기가 강을 이루어 평야를 살찌게 한다. 이처럼 산과 강이 어울려 금수강산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우리나라의 지형을 조상들은 ‘산경표’로 정리하여 표현해왔다.
그런데 일제가 대륙을 침탈하는 과정에서 한반도 지형을 측량하고 지질구조를 조사하여 산맥의 체계로 바꾸어 표현했다. 이렇게 도입된 지리체계를 나를 포함한 기성세대들은 배워왔으며, 지금도 지리 교과서의 주류를 이루고 있어서 산경표의 개념은 퇴색되어버렸다. 최근 들어 등산하는 사람들이 대간, 정맥 종주를 통하여 우리나라 지형을 답사하고 산경표의 정신을 확인하고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산맥과 산경의 개념은 다르다. 산맥은 지질이나 생성요인이 유사한 산의 다발을 의미하며, 산경은 분수령을 이루는 능선으로서 선의 개념을 가진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나라 전체지형을 백두산 천지에 뿌리를 두고 남쪽으로 뻗어나간 나무에 비유하고, 그 지주가 대간이며 큰 가지가 정맥이고 작은 가지가 기맥으로서, 모든 정기는 산줄기를 따라 흘러내리고 열매가 맺히는 곳이 명당이라 생각했다.
태백산 위쪽(삼수령)에서 갈려나온 낙동강 동쪽 분수령이 낙동정맥이고, 그를 중심으로 한 산의 다발이 태백산맥이다. 동해안으로 치우쳤던 낙동정맥(태백산맥)이 내륙으로 휘어지면서 형산강 유역을 넓혔으니, 그 곳이 우리가 살고 있는 경주이며 옛날부터 좋은 땅으로 인식되었고 신라문화를 꽃피운 곳이다.
백두대간의 길이는 1600Km로 추정되며 그 중 남한구간은 약 640Km 정도라고 하지만, 어떤 산악회가 실측한 거리는 734.65Km라는 보고도 있고 어떤 사람은 672Km라고도 한다. 지형이 복잡하거나 암릉 때문에 우회하는 길도 있으므로 정확한 거리는 말하기 어렵다.
이러한 대장정의 대간 길은 등산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종주하기를 원하는 동경의 대상이다. 나는 94-96년에 단체산행으로 첫 종주를 한 이래 2002년과 2005년에 단독종주를 하였으며, 2007년에는 칠순기념으로 4차 종주를 시작했다. 2월 10일부터 6월 11일까지 절반을 진행한 상태에서 중지했다가, 금년 4월 29일 재개하여 7월 13일 완료했다.
38일 동안 연결시간 포함하여 340시간 정도 걸었지만, 혼자였기 때문에 무리하지 않고 사진도 찍으면서 마칠 수 있었다. 모든 일은 가볍게 생각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다는 진리를 깨달았다. 칠순을 넘긴 노인도 혼자서 다녀온 길인데,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배낭 메고 훌쩍 떠나보세!
배달민족-우리민족의 정기는 백두산에서 시작되며 백두대간을 통하여 전국 방방곡곡으로 뻗어 내린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백두대간의 정신을 산악인은 물론 일반국민들도 함께 이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책을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