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의 축포가 이 나라 밤하늘을 수놓을 때 우리는 그 찬란한 불빛에 희망을 걸었다. 대통령을 포함한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은 자칭, 타칭 정치 구단입네, 열단입네 해가며 그 불꽃놀이 보다 더 휘황찬란한 수사를 동원하여 멋있게 IMF체제를 극복하고 행복하게 그리고 풍요하게 만들어 주겠노라고 약속했다. 그후 1년이 지났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한국은 그야말로 정치에 발목이 잡혀 더욱 깊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고 정치권력을 움켜쥔 세력은 그 뻘구덩이 속에서 서로의 얼굴에 흙탕물을 튀기며 사생결단의 투쟁을 벌였다. 국민은 망연자실 입을 다물었고 경제는 끝도 없이 추락해갔다. 수 조원을 투입한 구조조정, 일자리 창출은 흔적도 없어지고 뼛속까지 차가운 겨울을 맞았다. 이것이 그렇게 바라왔던 뉴밀레니엄 첫해에 우리가 돌려 받은 한국정치의 선물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어 또 다른 어떤 것에 혹시나 희망을 걸고 연말을 기다렸었다. 기다린 보람이 있어 연초에는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김대중 대통령을 방문하여 영수회담인지, 철수회담인지를 한다고 하기에 잔뜩 기대를 부풀렸었다. 드디어 민생을 최우선하여 모든 정쟁을 접어두고 새 출발을 하겠다는, 그들이 말하는 이른바 상생(相生)의 정치가 펼쳐지는 줄 알았다. 그 결과가 어떠했는가? 영수회담을 내세우며 품속에는 전대미문의 국회의원을 임대차 하여 새로운 집을 짓고 칠십 노인끼리 재재혼의 신방을 꾸미겠다는 희대의 정치쇼를 음모하고 있었다니. 구국의 결단이요, 우국충정이요, 위국애민의 고뇌에 찬 결단이었다니. 그것도 두 번씩이나.촵촵촵 촵 지하에 잠든 충무공, 세종대왕도 감읍하여 눈물을 흘릴 지경이다. 급기야 터져 나온 두 노인 재재혼하는 날 내린 눈 대란에 온 국민이 울고, 터지고 무너지는데 진정 당사자들은 축복의 서설(瑞雪)타령에 다 썩을 때로 썩어빠진 천지에 오물냄새를 창궐시키는 정치자금 공방의 칼을 뽑아들고 얼음판의 혈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신이여! 진정 이들이 우리가 가려 뽑아 뫼셔온 이 나라 정치지도자들이란 말입니까? 필자는 여기에서 누구의 잘잘못을 가리고자 함이 아니라, 우선은 이 혼탁한 땅에 발 딛고 사는 것을 탄하며, 무엇을 희망으로 또 한해를 보내야 할 것인가에 억장이 막힐 뿐이다. 이것이 새가슴을 가진 나 같은 소시민에만 국한된 것이라면 그나마 이 나라에 희망이 있을 것이다. 달리는 기차가 같은 선로를 마주보며 달려오고 있는데 모두가 사는 길을 구하는 것은 확실한 자기 상식에 대한 기만이며 배반이 아닌가? 기회만 있으면 요상한 한자숙어를 내밀어 세상을 어지럽히는(?) 노정객이 이번에 던진 화두는 `황혼이기는 하지만 노을을 벌겋게 타오르게 할 것` 이란다.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보건대 그것은 그것이 그나마 싹이 터서 새파랗게 자라는 연약한 이 나라 민주의 숲을 잿덩이로 만들지나 않을까? 아니면 민주주의는 피를 먹고 자란다는 또 한 분 노정객의 말대로 옹고집 독선 정치에 상처받아 흐르는 애꿎은 국민들의 아픔은 아닐지 심히 염려된다. 우리 정치 선진화는 아직도 나무 위에서 고기를 구하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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