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노인대학을 3년째 책상 맞대고 함께 하는 부부. 오전엔 황성공원에서 스포츠 댄스, 저녁에는 학교운동장에서 발맞추어 함께 운동한다. 은발이 고운 두 분은 이주덕(75)씨와 정을생(74)씨. 건강하게 함께 생활하니 “우리는 참 복 많은 사람”이라며 웃으신다.
스포츠댄스 실력 보고 싶다고 하니 망설임 없이 “요새 하는 거 우리 그거 할까?” 하고 금새 의기투합(?)해 음악도 없이 빠르고 경쾌한 ‘자이브’를 추신다. 과연 10년 이상 함께 닦은 춤솜씨다!
한 세월도 흐트러지게 산 적이 없는 남편
안강 옥산이 고향인 이주덕씨는 일제시대에 초등교육을 받고 12살 때 해방이 되었으며 5년뒤 6.25 동란이 일어났고 전쟁과 피난, 군대생활을 하며 배고프고 힘들게 살아온 지금의 노인 세대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 13개로 세계7위를 한 우리나라가 그래서 더 대단하고 자랑스럽단다.
23년간 서울에서 생활하다 2001년 경주에 정착하기까지 격동의 세월을 살았다며, 지나온 세월을 기록해 ‘회고록’ 2권을 엮었다고 한다. 또 ‘가정보감’을 직접 써서 한권의 책으로 엮어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15년간 군 생활을 한 탓인지 뭐든지 한다면 하는 성품이라 담배를 끊을 때도 가족들에게 선언하고는 다시는 입에 대지 않았단다. 지금까지 큰 다툼 없이 화목하게 살아올 수 있었던 것은 아내 정을생씨의 내조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이 양반이 아무리 야단쳐도 입 다물고, 수용하고 받아들이며 살았다”며, 남편을 따라 살아가다보니 이제는 엄격하고 반듯한 것도 같이 닮았다고 한다.
“모든 것은 마음먹기 달렸다”
욕심 없애니 그 이상 행복한 것이 없단다. 소박하지만 의식주 걱정 없고 부부 함께 건강하니 9988234(99세까지 88하게 살다 2일 앓고 3일째 죽는 것이 행복한 인생)하는 생활이 이루어지리라 바래본다고. 항상 함께하는 버릇이 몸에 배여 늘 같이 있는 노부부를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잉꼬부부의 반열에 오른 지 이미 오래되었다.
이웃에 함께 운동 가자고 권하면 손자손녀 돌본다고 힘든단다. 몇 년 전에 둘째 딸이 외손주를 돌봐달라고 부탁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음으로는 키워주고도 싶지만 부모가 키우는 것이 맞다는 생각에 “요즘은 많아야 하나 둘이지만 우리는 업고 , 안고, 걸리고 연년생을 여섯 키웠다” 하니 부탁하던 말이 쑥 들어갔다고. 주변에 7~80세 되어 본인도 다리가 아파 절면서도 아기 업고 유모차 끌고 다니는 분들 보면 참 안타깝다고 하신다. 이건 아니다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57세 이후로 현업을 놓고 부부가 함께 한 취미생활은 여행, 노래교실, 스포츠댄스 등 실로 다양하다. 서예는 입선만 6번 했다며 웃는 이주덕씨. 반듯하고 단아한 글씨가 범상치 않다. 성균관유도회에서, 또 유림회관에서의 한문 공부는 큰 즐거움이라고 하신다.
오랫동안 타향에서 고향을 노래 부르고 살다가, 이제 고향 가까이에서 황혼의 기쁨을 함께 하는 부부. 미래의 우리들도 이런 아름다운 부부의 모습이기를 기도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