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까지만 해도 변두리 동네 이발소에는 밀레의 만종 복사 사진이 걸려 있었고 누가 그렸는지 알 수는 없어도 노을이 지는 들녘에 물레방아가 있고 저녁연기가 모락모락 피어 오르는 오두막집의 그림이나, 좀 괜찮다 싶은 서양풍의 웅장한 풍경화가 검정 테두리 액자에 끼워져 천정밑에 비스듬히 걸려 있는 이발소 그림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이발소가 이용원으로 격상되고 화려한 시설에 대형 사진들이 걸리면서 향수어린 옛날의 그림들은 골동품 취급을 받고 민속품이나 고물상을 전전하다가 어느 눈밝은 애장가의 손에 들어가면서 이제는 한 시대를 반영하는 민중화로 사랑받고 있다. 이 이발소 그림들은 한국적인 풍경의 그림도 있지만 대개 시초는 서양에서 들어온 풍경화에서 시작됐다. 유화라고 하는 재료 자체가 그렇고 그 기법이 몇 년전에 알려진 ‘밥 로스’의 즉석에서 그려내는 페인트기법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왠지 파리똥이 까막까막하게 앉은 옛날의 그림보다 지금 대량으로 복제화되어 나온 그림들은 정이 가지 않고 자꾸만 건조하게 느껴진다. 요즈음은 고속도로 휴게소에나 터미널 같은 곳에서도 현대판 이발소 그림을 볼수 있는데 한결같이 대량생산되어 나온 복제품 같은 느낌을 떨칠 수 없다. 지금의 상품화들은 이전의 이발소 그림과는 묘한 깊이의 차이를 느끼게 된다. 다만 세월의 값이 그 깊이를 만든 것은 아닐 것이다. 그것은 그림속에 깔려 있는 정서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다. 옛날 그림에는 알 수 없는 영혼이 스며있는 것을 느끼게 된다. 따뜻한 인간애와 자연에 대한 숭고한 사랑 또는 깊은 신앙심같은 것이 그림의 차이를 만든다고 볼 수 있다. 고된 삶을 살아가는 낙오된 화가들이 고향에 대한 애정이나 자연의 장엄함에 도취되어 그 속에 자신을 그려 넣었다고 할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피곤한 하루를 마치고 이발소의 푹신한 의자에 기대어 지그시 먼데 고향을 보듯하는 이발소 그림. 어려웠던 시절 민중들은 이러한 그림을 통해서 세월을 느끼며 감동했을 것이며 때로는 그림에 동화되어 자신의 감성을 더 선명하게 확인시켰을 것이다. 이발소 그림은 5~60년대 민중의 꿈과 희망을 심어 주었고 소박한 심성을 만족시켜주는 진정한 이 시대의 민중화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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