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따가운 늦은 여름의 햇살은 벼이삭을 건강하고 실하게 영글도록 돕고 있다. 곧 가을이 오면 초록색으로 몸단장한 메뚜기도 황금빛으로 변하는 들녘을 닮아갈 것이다.
나락이 양쪽으로 벌어지며 피는 하얀 벼꽃은 3천년만에 핀다는 우담바라를 닮았다. 그 희망을 받아 날씨가 지금만 같다면 올해는 풍년이 들것인데…….
친환경쌀 어디에서 얼마나?
친환경 안전농산물 생산 공급을 위해 2005년부터 3개년 국비지원 사업으로 안강, 외동에 친환경종합시범단지 300ha를 조성하고 잡초방제를 위해 제초제 대신 오리, 우렁이, 쌀겨 등을 이용해 친환경쌀을 재배해 왔다. 그러나 올해는 AI의 여파로 우렁이와 쌀겨, 종이멀칭 농법으로 친환경쌀 시범단지를 추진하고 있다.
전체 8개 지역 445ha에 498호의 농가가 참여하고 있으며 이 중 친환경브랜드 농산물 생산단지는 외동, 안강 등 2개 지역 270ha이고, 무농약 쌀은 건천, 양북, 외동, 산내, 서면, 강동 등 6개 지역 175ha에서 재배 중이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품질고급화를 위해 밥맛 좋은 품종 선택, 맞춤비료 사용, 단지 회원 의식교육 및 재배기술교육, 친환경 제초농업별 비교 연시회 등을 지속적으로 시행하고 있다.
우렁이와 쌀겨가 잡초를?
논제초용 우렁이는 남아메리카 아마존강 유역의 얕은 호수나 늪지에서 서식하는 열대성 패류의 일종으로 토종우렁이와는 형태만 비슷할 뿐 알로써 번식하는 아주 다른 종류며, 잡식성이다.
우렁농법은 논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우렁이를 이용해 논잡초를 생물학적으로 방제하는 환경농업기술로 토양과 수질 오염을 예방하고 지력을 회복시키며 제초제 등으로 인한 위험에서 탈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우렁이는 수면과 수면아래 있는 식물을 먹는 습성이 있고 벼에는 해를 입히지 않는다. 우렁이는 이앙 후 5~7일경 10a당 5kg 입식하는 것이 제초효과를 가장 높일 수 있으며 논의 정지 작업은 깊은 곳이 없도록 균일하게 해야 한다. 또 논두렁과 배수로에 조밀한 망울타리를 설치해 이동을 차단하고 백로와 같은 조류피해가 없도록 관리해야 한다.
쌀겨를 이용한 논 잡초 방제기술은 모내기 후 쌀겨를 살포함으로써 햇빛이 차단되어 광발아 억제효과를 내는 것이다. 또 쌀겨 중에 식물호르몬의 일종인 아브시스산(Abscisic acid: ABC)이 잡초발생을 억제한다.
지난 5월 강동면 국당리 친환경 쌀 단지에서는 종이멀칭 농법 시연회를 했다.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종이멀칭 제초방법은 생분해성 종이멀칭지가 논바닥에 깔리고 그 위에 모가 심겨지며, 깔린 종이가 검은색이라 햇볕이 완전히 차단됨으로 잡초가 올라오지 못하게 되는 제초농법이다.
어디로 팔리나
126ha에 우렁이를 이용한 친환경쌀을 생산하고 있는 방어리친환경쌀작목반(회장 이영우)은 그와 별도로 20ha에 인증받은 무농약쌀을 재배하고 있다.
무농약 쌀의 경우 기존에 비해 70%의 수확량을 보인다고 한다.
이영우 회장은 “첫 해는 대구의 개인 정미소와 계약해 판매를 했으나 지금은 별도의 개인유통경로가 없는 상태다”며 “직판의 경우 어렵게 농사 지어 그 가치대로 판매를 못할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농협을 통해 전량 수매되지만 개인 유통망을 개발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오지 못한 것을 안타까워했다.
친환경쌀은 안강농협, 외동농협, 일반정미소를 통해 전량수매 되어 미곡종합처리장(Rice Processing Complex, 이하 RPC)을 거쳐 아리아다리아, 자연만만, 드리미, 천년애, 서라벌 맑은쌀 등의 브랜드로 울산, 부산 등지의 농협 하나로마트 및 대형할인마트에서 판매된다.
시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지역농협과 계약재배 함으로써 농업인의 소득을 보장하고, 학교 급식단체 영양사를 초청 친환경단지 소개, 대도시 소비자와 만남 행사 개최, 친환경 농사체험과 전통놀이 체험, 메뚜기잡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친환경농산물의 직거래 판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주땅에 맞는 벼 품종은?
무농약쌀 시범단지에서 생산되는 쌀은 ‘상광’벼로 브랜드는 ‘서라벌맑은쌀’이다. 175ha에 밥맛 좋은 새추청벼만 재배하며 이 중 85ha는 이미 무농약재배 친환경인증을 받았다. 서라벌맑은쌀은 작년의 경우 일반벼에 비해 40kg가마당 1만2천원 높은 가격으로 대동RPC에서 100% 수매했다.
방어리친환경쌀작목반은 2년간 ‘일품’벼를 재배했는데 전염병으로 엄청나게 고생했다고 한다. 올해는 일품, 동진, 삼덕, 동해진미 품종으로 나누어 재배하고 있다. 또 칠보, 청호 품종의 시험포를 만들어놓은 상태다. 벼는 2년 농사지어봐야 그 지역에 맞는지 알 수 있다고 이영우 회장은 말한다.
일품벼는 밥이 찰기가 있고 맛이 매우 좋으며 중부평야 및 남부내륙중간지대에 알맞은 품종으로 도열병에는 중(中) 정도이나 흰잎마름병, 바이러스병 및 벼멸구에는 약한 특성을 보인다. 성숙기 하엽노화가 늦고 내냉성은 비교적 강한 편이며 도복에 강한 특성이 있다.
동진벼는 도열병에는 중(中) 정도이고 줄무늬잎마름병에는 저항성이며 흰잎마름병과 그외 병해충에는 약하다. 도복에는 다소 약한 편이며 내냉성은 중(中) 정도이고 수발아는 잘되는 편이다.
삼덕벼는 저온발아성이 우수하고, 도복에 강하다. 잎도열병에는 중(中) 정도이고 잎마름병에는 강하지만 벼멸구를 비롯한 기타 충해에는 약하다. 수량이 높고 지역별 안정성이 뛰어난 품종으로 적응지역은 동남부 해안지 1,2모작지를 중심으로 남부 해안 및 남부중산간지대가 적당하다.
한편 올해는 유기농쌀 재배면적을 10ha로 확대 조성하여 지역에서도 유기농쌀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한다.
친환경농법, 가야할 길
친환경농업기술 시범사업은 수입 농산물과 차별화된 우리농산물을 생산, 공급하고 소비자 농사체험 유도로 농업이 생명산업임을 인식하는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다.
한가지 집어볼 점은, 친환경농법의 역사가 그리 길지 않은 이유로 그 피해사례나 부작용에 대한 내용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러 방면의 피해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지금도 우렁이의 공급 불안과 생태계파괴를 우려해 종이멀칭과 쌀겨를 이용한 제초법으로 분산시키고 있는 실정이라고 한다.
왕우렁이는 열대성 연체동물로 생존가능한 한계 저온이 2℃로 겨울에 얼어죽게 된다고 하며 혹 살더라도 먹이가 없으면 굶어 죽는다고 한다. 그러나 일부 연구가들의 우려처럼 새끼를 낳는 토종우렁이와 알은 낳는 난태생인 왕우렁이의 교잡자체가 불가능하다고 보이기는 하지만, 어떤 경위로든 새로운 변이종이 출현해 국내 환경에 적응하면 생태계의 파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점차 높아지는 평균기온도 참고해야 한다.
이미 지난 3월 강원도 철원, 평창 등지에서 겨울을 난, 살아있는 왕우렁이가 발견됐다. 이 때문에 외래종관리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왕우렁이를 `법정생태계교란종`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한다.
작년 한 해만 전국의 논에 5억마리 가량이 풀렸다고 왕우렁이.
일부 농가는 활용이 끝난 왕우렁이들을 그대로 방치하기도 한다니 더더욱 심각하지 않을 수 없다. 수로 등을 통해 또는 홍수에 휩쓸려 한꺼번에 대량 유출되는 사태도 빚어지고 있다.
농가에서의 철저한 도피 방지 대책이 필요하며 제2의 황소개구리 사태가 발생되지 않도록 관련기관의 세밀한 연구와 검증, 구체적인 대책방안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사진= 최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