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한 번은 할머니 집에 놀러갔다가 지하의 납골당에 들어갔다 나오면서 어느 화가가 풍경화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았다. 화가는 마치 마술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 경험은 나 자신이 1915년경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나로 하여금 상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는 곳으로 내 노력을 집중시키게 했다” -Ren`e Magritte
마그리트는 1898년 벨기에의 레신에서 태어나 1915년경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을 때, 그림과의 만남에서 매력적인 것은 그것이 상식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이라는 데 있었다.
1926년에 발표한 ‘길 잃은 기수’는 마그리트 최초의 초현실주의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작품에는 마그리트가 앞으로 전개시켜 나갈 모든 요소가 등장하는데 기수, 나뭇잎, 장기 알, 커튼 등 현실에서는 아무 상관이 없는 대상들이 각기 다른 척도로 배치되는 전치기법(상식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 물건들의 엉뚱한 배치기법)을 보여주었다.
무엇보다도 그림을 통해 인간의 상상력을 발휘하고 이것이 연극적으로 표현된다는 점, 즉 외부의 모습이나 가시적인 것에서 출발하여 기이하면서도 시적감수성이 담긴 사고의 일면을 보여주는 마그리트 고유의 회화개념이 작품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작품에서 신비감을 더욱 드러내기 위해서는 “친근하고 평범한 사물들의 결합이 좀 더 적절하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미 경험한 이미지가 전혀 다르게 변했을 때 느끼는 심리적 충격과 대상의 물리적 구조가 어긋날 때 느끼는 기이한 혼란이 새로운 세계를 인식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마그리트는 평소 익숙했던 사물들의 위치를 전환시켜 엉뚱한 다른 요소들과 결합시키거나 사물과 언어 사이의 엉뚱한 조합을 시도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서 그는 기존의 자연형상물에 대한 재현체계, 의사소통의 체계를 거부하고 현실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언어와 사물과의 사고와 그 의미관계를 접목시키고자 했던 것이다.
마그리트는 우리 시각이 빚어내는 놀라운 이미지 혼돈을 뒤 섞거나 언어의 지시성과 시각적 혼동을 대비시키기도 했다. 그는 눈으로 볼 수 있는 사물을 재현하지만 의문과 환상, 그리고 각기 대상물의 관계에 있어서 당혹스러움이 일어나게 된다는 사실도 암시하고 있다.
오늘날의 광고나 시각이미지에 이러한 기법이 자주 이용되어 신선한 상상의 세계를 우리에게 열어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