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사 공개 않아 투명성 의혹 받아
경주시가 시립화장장 설치에 앞서 민원을 사전에 막기 위해 전국 최초로 공모사업으로 부지를 결정했으나 해당 지역 주민들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경주시 시립화장시설 부지선정위원회는 지난 19일 11개의 신청지 중 서면 도리지역을 최종 확정 발표했다. 그러나 서면 주민들은 심사발표에 의혹을 제기하며 심사결과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며 반발하고 있다.
▶논란 끝에 발표=경주시는 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 추진을 위해 지난 3월 10일부터 4월 23일까지 45일간 공모한 결과 12곳에서 신청했으며 이중 취하한 1곳을 제외한 11곳을 두고 12명의 위원들이 서류심사와 현장조사 등을 실시했다.
그리나 신청부지가 밝혀지자 해당 지역 주민들은 주민들이 원하지 않는 사업을 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했으며 특히 서면과 강동지역에서 반발이 심했다.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시는 당초 계획한 6월말 부지 선정 발표를 미루어 왔으며 한 달 보름이 지난 19일 부지를 확정 발표했다.
이삼용 위원장은 부지선정 발표문을 통해 “11곳의 신청지에 대해 서류검토와 현지실사, 선진시설 견학 등 면밀한 심사와 평가를 거쳤으며 신청된 읍면동을 방문해 설명회 및 주민의견을 수렴하였고 평가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도 다각적인 측면을 고려하여 객관적이고 공정한 평가기준을 마련했다”며 “서면 도리 지역이 접근성과 개발용이성, 부지안정성 등에서 최적지로 평가되어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면 주민들의 반발=지난 19일 서면 도리가 시립화장장 부지로 최종 결정되자 주민들은 시청 앞에서 강하게 반발하며 경찰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주민 100여명은 이날 시청에 계란을 던지는 등 강하게 반발했다. 부지발표이후 백상승 시장이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섰으나 주민들은 계란과 페트병을 던지며 욕설을 퍼부었다.
주민들은 “경주시가 주민들이 원하는 지역에 시립화장장을 설치하겠다고 해 놓고 모든 주민들이 반대하는 서면지역이 최적지라고 하는 것은 명분이 없다”며 “채점을 하고 하루가 지난 뒤에 발표를 하는 것도 많은 의혹이 간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또 “19일 발표 때에는 다른 지역주민들은 이미 자기지역이 안 된 것을 알고 오지도 않았다”며 “이는 사전에 정보가 누출되었을 뿐만 아니라 위원들의 평가를 무기명으로 처리한 것도 조작을 충분히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서면 주민 400여명은 22일에도 시청 정문 앞에서 부지결정 철회를 요구하며 미리 준비한 계란을 시청 안으로 던지며 반발했다.
주민들은 “낙후된 서면지역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경주시의 결정을 결코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주민들은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행정소송도 불사하겠다난 입장이다.
▶백 시장 가벼운 부상, 이삼용 의원 입원=지난 19일 부지선정 발표 후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나온 백 시장이 흥분한 주민들이 던진 페트병에 맞아 눈 주위에 가벼운 상처를 입었다. 그리고 이날 오후 4시 영상회의실에서 부지선정 발표를 했던 이삼용 위원장은 한 주민에게 폭행을 당해 뒤로 넘어지면서 머리가 벽에 부딪혀 병원에 입원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민원이 커진 이유와 시의 민원 해소 능력은?=경주시가 혐오시설로 인식되어 온 시립화장장 설치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선정지역에 인센티브를 주고 사업자를 공모하는 방법이었다.
이 같은 추진은 예상되는 민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것. 그러나 신청지가 밝혀지자 해당 지역주민들은 주민동의 없이 사업자들이 일방적으로 신청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대부분의 사업자들이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지 않고 독자적으로 사업을 신청한 것이 화근이 된 것이다. 특히 서면 지역의 경우 그동안 공원묘원으로 인해 주민들이 불만이 높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반발이 심했다.
시가 민원을 줄이기 위해 이 사업을 공모로 추진했으나 신청을 많이 받는 것에만 관심이 있었지 신청자가 민원을 해결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그리 관심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갈등만 키웠다는 지적이다.
그리고 사업자 모집 공고 전에 각 지역별 주민설명회 등을 통해 여론을 충분히 수렴했으면 반발은 그만큼 줄어들었을 것이란 주민들의 이야기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시는 신청지를 받고 주민설명회를 개최했으나 서면과 강동은 주민들의 반발로 실시하지 못했다.
▶심사결과 비공개 과연 타당한가?=당초 부지선정위원회는 시의원, 교수와 관련국장, 시민단체 대표 등 13명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이만우 시의원이 부지선정위원 구성의 공정성 문제를 제기해 온 서면 주민들의 주장에 부담을 느껴 사퇴하고 12명이 활동했다.
이번 부지선정 발표를 두고 심사결과에 대한 비공개가 행정의 투명성을 의심받고 있다. 위원회는 부지요건을 신청 주체, 접근용이성, 개발용이성, 민원 요수 등 10개 항에 각 요건마다 세부적인 점수 기준을 마련해 위원들이 점수를 매기는 방법을 기준으로 했다.
시가 공정성을 위해 이 같은 방법을 택한 것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신청주체(개인 또는 단체, 법인, 읍면동장)에 따라 점수를 다르게 주는 방법을 미리 고시하지 않았고 위원회에서 정한 각 부분별 점수기준도 신청지역을 다 받고 나서 결정함으로써 공정성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그리고 11개 지역에 대한 점수 순위를 매긴 것이 아니라 위원들로부터 1등을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을 최종 결정했다.
시 관계자는 “위원들의 평가가 큰 차이를 보였기 때문에 12명의 위원들로부터 1위를 가장 많이 받은 지역을 선정했다”며 ”서면 도리가 12명의 위원 중에 1위 점수를 준 위원이 9명이나 되어 최종 부지로 결정되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