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 태양의 마지막 몸부림 속에 농촌 전통테마마을인 안강읍 옥산리 세심마을에서 말총머리에 장난끼 가득한 남편 이우근씨(49)와 예쁜 웃음소리와 상냥함을 가진 아내 정순삼씨(46)를 만났다. 처음 귀농을 결심한 이우근씨를 농사일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농촌의 실정은 더더욱 모르면서 좋은 직장 내팽개친다고 온 집안이 반대했다고 한다. 오직 아내 정순삼씨만 그렇게 하고싶으면 가자고 수용해 주었단다. 이우근씨 누나의 소개로 포항 양반다방에서 89년 1월 1일 만나 그 해 2월 25일 결혼하고 막 신혼의 단잠도 깨기 전에 시골 실정 모르는 새댁의 옥산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90년 귀농 후 연년생을 키우며 영지버섯, 표고버섯 재배 하며, 돌아서면 새참 챙겨야하는 일상을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지나왔는지 모르겠다”는 정순삼씨. 이우근씨는 85년부터 진행된 마을을 황폐화시키는 ‘석산 개발’을 막기 위해 청년회를 조직하였으나 불가항력이었다고 한다. 마을전체의 힘을 모으기 위해 97년부터는 이장을 맡아 활동하게 되었다. 살고 싶은 마을 만들기의 일환으로 마을 주차장을 만들고, 옥산서원과 독락당을 발판으로 발전방향을 모색하는 등의 노력으로 세심마을은 2002년에 농촌진흥청이 선정한 ‘전통테마마을’이 되었다. 72시간 꼼짝 않고 바둑을 둔적이 있다는 바둑고수 이우근씨가 그렇게 좋아하는 바둑을 마을 일을 위해 접었다며 “큰일 했재?” 말하고는 스스로 대견스러워한다. 남편은 일을 저지르고 아내는 그림자처럼 돕지만 자잘한 잔소리조차 없다. 해봤자 남편이 원하는데로 밀고 나갈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에. “제가 많이 봐주고 있어요.” 하니 “예쁘니까 봐주지” 답하며 연신 웃음을 자아내는 남편. 24시간 내내 붙어 다녀도 웃음이 끊이지 않는다. 둘이 똑같다며 이웃은 입을 모은다. 2002년부터 시작한 전통테마마을 조성을 위한 일들을 항상 함께 했오고 있다. 작년엔 5천여명, 올해는 8천여명 방문을 예상하고 있으며 앞으로 5만여명 정도를 수용할 수 있는 세심권역 농촌마을 종합개발사업을 조성 중에 있다고 한다. 어린이와 외국인이 많이 방문하는 이곳은 늘 손님으로 북적된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날 수 있는 일들이 참 좋다는 정순삼씨. 외국 사람들을 만나면서 문화의 차이를 온몸으로 접하며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고 우리의 모습을 다시한번 돌아보게 된단다. 일본 나고야에 사는 한 일본인은 이들 부부를 보고 친정어머니의 기모노를 기증했는데 “일본은 남편이 건강하게 따로 잘살고 있으면 아내들은 제일 행복하다고 느낀다”는 말을 해 의아했던 적도 있었다고 한다. 이우근씨는 선진국일수록 경제적 분리, 생활의 분리가 부부사이에 금을 긋는다고 했다. 부부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와 공유와 성생활이라며 잉꼬부부의 근본이 모든 것에 비밀 없이 공유하고 믿음을 주는 생활에 있다고 말했다. 웃음과 해학 뒤에는 선명한 원칙들이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일깨워주는 말이다. 농촌 관광사업을 예술적 경지로 끌어 올리고 싶은 바람을 남편은 말총머리로 대변하고 있다고 부인이 덧붙인다. 농촌생활은 상대적 만족도나 생활의 질이 낮을 수는 있지만 절대적 ‘행복만족도’는 단연코 앞선다는 이 부부의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독락당 마당에 500여년 하늘 향한 향나무의 몸짓처럼 아름다운 향기가 마음에 스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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