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백(和白), 그 아름다운 전통 최 해 남 (수필가, 대구광역시의회 경제교통전문위원) 요즘 경주가 시끄럽다. 천년 서라벌을 지켜온 토함산을 사이에 두고, 동·서로 나뉘어 싸운다고 하니 무슨 변고인가? H사의 본사 이전지를 두고 일어난 일이라고 하니 심히 염려가 된다. 물론 이전 장소를 어디에 두느냐는 문제에 대해 끼어들 요량은 아니다. 언제부터 경주가 발전이라는 미명 아래 이해타산에만 매달려 왔는지 반성에 앞서 마음이 아프다. 이 회사의 본사가 오면 1천명 가까운 인력에 가족까지 보태면 3천명 정도의 정주 인구가 늘어나니 상업자본가들의 입장에서는 법석을 피울 법도 하다. 그렇다고 경주문화의 자긍심으로 살아가는 보통시민들까지 휩쓸려서야 될 말인가. 경주가 어떤 곳인가? 삽을 들고 키 한질만 파고 들어가면 유물이 나올 정도로 문화의 보고이다. 토함산의 정수에는 유네스코에 등록된 석굴암이 있고, 산 아래에는 불국정토를 염원하는 조상들의 얼이 서린 불국사가 합장하고 있지 않은가. 어디 그 뿐인가. 첨성대를 비롯한 수많은 문화유적들이 역사의 향기를 전해오고 있는가 하면 우리나라를 처음으로 통일한 신라인의 빼어난 기상과 단결력이 천년을 넘어 우리의 혈관에 흘러오고 있다. 열악한 환경을 무릅쓰고 뱃길을 열어 중국과의 교류를 추진해 국력을 신장시켜온 조상들의 지혜와 웅혼이 숨 쉬고 있는 성역이 아닌가. 천년전 우리 조상들의 지혜가 엿보이는 화백제도에 새삼 고개가 숙여진다. 중요한 결정을 할 때면 성지를 찾아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숙의를 거듭해 단 한 사람의 반대가 있어도 결정을 짓지 않았다고 하지 않는가. 그때인들 부족이 나뉘어져 있는 터라 서로의 이익이 어찌 상충되지 않았을까마는 양보와 설득을 통해 국익에 가장 유익한 방향으로 합의점을 도출해 내었다. 한 회사의 이전이 뭐 그리 대단해서 합의가 어려운 것인가? 눈앞에 보이는 작은 이익을 위해 헐뜯고, 소리쳐대는 작금의 우리들의 모습이 너무 부끄럽다.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고 우리 모두 조상들께 부형청죄를 해야 할 것 같다. 화백(和白), 그 아름다운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경주. 얼마나 자랑스럽고, 가슴 설레는 곳인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이라 함이 산수의 유려함 때문이겠는가? 넘치는 인정이 있고, 서로의 의견을 존중하는 화합의 정신이 푹푹하게 깔려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경주의 리더들이여! 사소한 싸움은 이제 거둬들이자. 전력투구해도 모자랄 큰 일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신라 왕궁과 황룡사의 복원, 토함산, 금오산, 선도산을 잇는 거대한 신라문화벨트의 조성 등에 마음을 모으고 오래 기다려온 문화부흥에 솔선수범 나서보자. ‘경주문화도시특별법’ 제정을 위해 시민 모두가 마음을 합쳐도 촌음이 아까운 판이다. 우리 후손들이 살아갈 다음 천년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세계적인 문화도시, 찬란한 우리의 경주를 다시 일으켜 세워야 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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