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열린 시정이 아닌 닫힌 시정”
시가 방송 측에 생방송 중지 협조공문 보내
시의회가 적극적으로 요구했으면 방송 가능
케이블 측 “시 도움 없이는 생중계 불가능”
케이블 방송국에서 계획하고 안내까지 했던 2008행정사무감사의 생중계가 갑자기 취소돼 시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특히 작년도에 행정사무감사를 케이블 방송 생중계를 통해 방송해 시의회의 역할과 집행부가 실시하고 있는 각종 사업을 확인했던 시민들은 생중계가 취소되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행정사무감사 생중계 왜 안했나?=당초 신라케이블방송 측은 10~16일까지 실시되는 2008경주시행정사무감사 중 본청 소관업무에 대해 감사를 하는 제1감사반을 생중계하기로 하고 방송을 통해 홍보를 했다.
그러나 케이블 측은 경주시의 생중계 취소 협조 요청과 경주시의회 이진구 의장의 분명치 못한 입장표명으로 하지 못했다.
케이블 측 관계자에 따르면 “시장이 이번 본청 행정사무감사에 대해 생중계를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협조 요청이 있었고 의회에서도 생중계에 대해 확실한 의지나 입장을 나타내지 않았다”며 “생중계를 하려면 경주시로부터 집기나 전기시설 등을 협조 받아야 하는데 협조를 받지 못한다면 생중계 자체를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관계자는 또 “경주시에서 생중계 취소를 요구하는 공문에는 본청 행정사무감사 전 기간을 중계하는 것보다 14일과 시정질문을 하는 17일에 생중계를 하는 것이 좋겠다는 내용이 있었지만 시의 내용대로 생중계를 한다는 것은 의미가 없기 때문에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생중계 취소 두고 공방=본청 감사 첫날인 10일 제1감사반 의원들은 생중계 취소에 대해 불만을 터뜨리고 감사를 중단하면서까지 사태를 파악하고 논의를 했지만 별다른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끝났다.
강익수 위원장은 “생방송을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어제(9일) 이종표 의원과 케이블 방송국을 찾아 갔지만 시에서 취소해달라고 보내온 협조공문을 확인하고 생방송을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만 전달하고 돌아왔다”고 설명했다.
의원들은 감사 중에 경주시가 생중계 취소를 케이블 방송국에 요청한 것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무시한 처사라며 반발했다. 그리고 일부 의원들은 이번 사태에 대해 의장이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는 것에도 불만을 터뜨렸다.
의원들의 추궁이 쏟아지자 우외진 기획문화국장은 “작년에 감사 장면이 생중계되면서 집행부와 시의회 사이의 좋은 점보다 갈등만 부각되는 등 부정적인 면이 많아 케이블방송국 측에 생중계를 줄여달라는 요청을 했다”고 해명했다.
이번 본청 감사가 생중계 되지 못한 것은 시의 요청도 있었지만 문제는 의장단 선거 이후 의원들 간에 껄끄러운 관계, 이진구 의장과 집행부와의 원만한 관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으로 볼 수도 있다. 전반기 최학철 의장은 의회 케이블 방송국의 생중계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감사를 생중계하는 데는 어려운 점이 없었고 특히 집행부도 처음으로 하는 생중계이여서 후유증 또한 크게 예상치 못했다.
그러나 집행부는 작년 감사에서 의원들이 앞다투어 정책에 대해 신랄한 비판과 집요한 추궁으로 곤란해지자 이번에 생중계를 취소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는 수순으로 이어졌다고 볼 수 있다.
▶시민들 알권리 침해 반발=생중계 취소로 시민들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빼앗아 갔다며 불만을 터뜨렸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작년에 생중계를 보면서 시정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시가 어떤 이유이든 생중계 취소 공문을 보낸 것은 열린 시정을 표방하면서 닫힌 시정을 하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Y모씨는 “경주시가 생중계를 못하게 하는 것은 시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K모씨는 “작년에 집에서 행정사무감사를 하는 것을 보고 시의회의 역할에 대해 잘 알 수 있는 기회가 됐을 뿐만 아니라 경주시가 어떤 사업, 어떤 행정을 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됐는데 시가 앞장서서 생중계 취소에 나선 것은 시민들에게 좋은 것만 보이고 나쁜 것은 보이지 않겠다는 근시안적인 행정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