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 이의부 감사님과 함께
벌재-옥녀봉-저수재-촉대봉-시루봉-솔봉-묘적봉
오늘은 대구에 계시는 귀한 손님인 대한산악연맹 경북연맹 이의부 감사님께서 함께 동행하기로 약속이 되어 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지금까지 함께 하던 손승락 회원이 하루 종일 몸이 불편하여 함께 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보통사람들은 밤 산행은 7시간, 낮에는 10시간 정도 걸으면 지친다고 하는데, 지금까지 밤낮 구분 없이 16~7시간을 거의 쉬지 않고 제대로 먹지도 않으면서 강행군을 했으니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21시 20분경 동대구 IC에서 이의부 감사님을 만나서 함께 벌재에 도착하니 23시 51분이다. 늦은 시간이라 인적은 끊어진 상태다.
배낭을 챙긴 후 0시 5분 산행을 시작하니, 오늘은 약 26km의 짧은 구간에다 경찰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하시고 백두대간을 종주 중이신 이의부 감사님이 참석하셨기에 여유 있는 산행을 하기로 하고 천천히 산자락을 올라가기 시작한다.
어둠을 뚫고 헤쳐 나가는 세 사람 앞에는 고난의 시간이 되겠지만 무엇 하나 두려울 것이 없으며, 오랜만에 뵙게 된 감사님과 함께 하는 산행이라 즐거움이 넘친다.
그런 가운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산불감시초소를 지난다. 하늘에는 별이 총총히 떠 있고 어둠속을 뚫고 멀리 동로면의 불빛들만이 깜빡거린다.
문봉재를 지나 1시 38분 1천81m의 옥녀봉에 오르니 뚜렷한 정상은 없고 작은 바위에 팻말만 있다. 단양축협 소백산 관광목장의 불빛이 보이고, 동로면 석항리(돌목)사람들이 저수재라 부르는 고개가 나오는데 돌목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예쁜 순우리말 이름이다.
오르막이 이어지다 묘지 있는 곳에서 좌측길로 내려간다. 직진하면 용두산 가는 길이다.
2시 48분 저수재에 도착하니, 휴게소는 불이 꺼져 있으며 마당에 버스 한대가 주차해 있다.
저수령(850m)은 경북과 충북을 넘나드는 고개로 도로를 개설하기 이전에는 험난한 산속의 오솔길로 경사가 급하여 지나다니는 길손들의 머리가 저절로 숙여진다는 뜻으로 불리었다 하지만, 한편으로 저수령에서 음풍곡까지 피난길로 많이 이용되어 왔는데 이 고개를 넘는 왜적들은 모두 목이 잘려 죽는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철조망을 따라 한참 올라가다 보면 1천81m의 촉대봉(촛대봉)에 도착하고, 정상 앞 바위에서 바라보니 저수령에서는 랜턴 불빛 행렬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움직이니 마치 개미가 줄을 지어 움직이는 모습을 연상 시킨다.
주위 조망은 밤인데도 불구하고 멋이 있으며, 낮이면 전망이 무척 뛰어나고 좋을 것 같다.
3시 40분 1천80m의 소백산 투구봉(감투봉)에 올라서니 표지목이 세워져 있으며 잠시 후 시루봉(시리봉)에서는 장정마을 가는 길이 있다.
배재를 지나고 싸리재에 도착하니 5시 10분으로 이후부터는 한동안 평탄한 길이 이어지며 뒤따라오던 소청산악회원들이 우리를 앞질러 가기 시작한다. 대간산행을 하면서 처음으로 다른 팀에게 추월을 허용하게 된다. 그것은 짧은 구간인데다 감사님의 산행 속도와 연세도 생각을 해야 되기 때문에...
6시 37분 뱀재를 지나면서 일출을 기대해 보지만 구름으로 인해 별로 신통치 못하고 1천102.8m의 솔봉을 지나면서 또 걸음을 멈춘다. 야간 산행을 하다보면 여명이 밝아오면서부터 해가 솟아오를 때까지 특히 잠이 많이 쏟아지는데 감사님이 다소 피곤해 하시는 것 같다.
7시 21분 모시골 정상에서 아침식사를 하고 8시 45분 묘적령에 도착하게 된다. 곧이어 암릉이 있는 바위봉우리를 올라서니 전망이 참 좋다. 그런데 어느 산악회에서 무사 산행을 위해 고사를 지내고 술병과 쓰레기를 그대로 방치해 둔 것을 보니 가슴이 아픈 서글픈 현장에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9시 29분 소백산 국립공원 최남단에 위치한 묘적봉 정상에 올라서니, 조그만 돌탑과 표지목, 그리고 바위에 박아둔 동판 이정표에는 묘적봉 1천148m라 표시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