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대 경주시의회 후반기는 무소속 이진구 의장 체제로 의장단이 꾸려졌다. 그리고 부의장과 기획행정위원장, 운영위원장은 한나라당이, 산업건설위원장은 무소속이 차지해 외형상은 적절한 배분으로 볼 수 있으나 21명의 의원들 중 15명이 한나라당 의원인 점을 감안하면 이번 경주시의회의 후반기 의장단 구성은 큰 이변으로 볼 수 있다.
전반기는 최학철 의장이 5선의 경륜을 앞세워 합리적으로 경주시의회를 운영함으로써 그 위상을 대내외에 널리 알리는 성과가 있었다.
그러나 제5대 경주시의회의 출발은 기초의원 정당공천제로 치러진 선거 후유증으로 의원들간에 불편한 관계는 고비때마다 서로의 발목을 잡았다. 수적 우위를 점한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장단 독식은 무소속 의원들과 화합할 수 있는 기회를 놓쳤고, 이 같은 갈등은 지난 4·9총선에서 한나라당 공천을 받은 국회의원 후보가 낙선하는 일로 이어졌다.
전반기 경주시의회는 국회의원과 시장과의 갈등,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간에 대립, 국책사업 추진을 두고 벌어진 지역간, 주민간 갈등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대의기구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민들은 지금, 방폐장 유치 이후 큰 기대를 했던 국책사업은 확실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고 사업추진 과정에서 빚어진 반목은 해소되지 않아 경주가 집단 무기력증에 빠져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같은 중병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역의 화합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특히 대의기구인 경주시의회의 역할에 적잖은 기대를 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기초의회가 자질론으로 여론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는 것은, 가장 원론적인 의무인 주민들을 위한 의정활동을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무보수 명예직에서 유급직으로 바뀌면서 시민들의 기대는 높아진 반면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높은 시민의식에 미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정당정치에 휩싸여 보스정치, 패거리정치의 한계를 기초의회에서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반기 경주시의회는 의원 서로간에 갈등은 더이상 있어서는 안될 것이며 시민들 또한 이를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시민들은 경주시의회가 민의를 중시하고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집행부가 올바른 행정을 할 수 있도록 제대로 견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그리고 논란이 있다고 지역문제를 피할 것이 아니라 대의기구답게 분명한 원칙을 세워 지역현안에 적극 나서는 자세 또한 기대하고 있다.
이진구 의장은 당선 후 “의원 서로간에 화합을 통해 지역현안에 적극 나서는 경주시의회를 만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이 의장은 이러한 약속을 반드시 지켜 주민들로부터 인정받는 경주시의회가 될 수 있도록 앞장서 주길 바란다.
시의회는 주민들과 가장 가까이 있는 이웃이지 주민들 위에 군림하는 기관이 아니다. 의원들이 입버릇처럼 주장하는 주민의 대표, 대의기구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는 의정활동을 이번 후반기 경주시의회에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