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자미
‘봄 도다리 가을 전어’라고 했던가. 연일 장마가 이어지는데 무슨 소리냐 싶겠지만 바다회의 참맛을 느끼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가 여름이 시작하는 요즘이 아닐런지.
도다리는 가자미과에 속하고 참가자미도 가자미과에 속한다. 그렇다고 보면 참가자미 철이 지났다고 할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수심 200m 깊은 동해바다에서 건져 올린 참가자미의 싱싱한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있다. 동천동 강변도로를 따라가다 경주교육청 정문 서편에 자리한 경주참가지횟집(대표 김동진)은 주택이 밀집된 곳이라 가족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참가자미회 전문점답게 차림표에도 참가자미회 뿐이다. 3~5만원의 비교적 저렴한 가격대로 4인 가족 기준 5만원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깊은 바다에 살기 때문에 참가자미는 양식이 없고 오로지 자연산 뿐"이라며 “수족관에서는 3일 밖에 못살고 8~9도의 차가운 물 온도를 맞춰주어야 하기 때문에 참가자미를 만지면 손이 시리다”는 김동진 사장의 말에 귀가 솔깃해진다. 참 까다로운 참가자미다. 요즘처럼 비가 잦은 여름이나 파도가 높은 12~2월에는 물때를 맞추지 못해 더욱 귀하신 몸이 된다.
올 초 문을 연 경주참가자미횟집은 참가자미의 깊고 고소한 맛과 함께 다양한 전채요리를 선보이고 있어 인기가 많다. 식탁에 놓여지는 음식들이 일식집에 온 착각을 하게 한다. 회를 기다리는 지루함을 없애기 위해 퓨전으로 준비한 전채요리는 메로구이, 전복죽, 살짝 데친 새우, 소라, 참치와 전복, 게불, 멍게, 브로콜리를 베이컨으로 감싼 것 등으로, 회까지 나오면 한 상 가득 푸짐하다. 초밥과 롤은 입맛을 돋우는데 그만이고 캐비어와 곁들인 마는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흔히 보는 얇게 썬 무나 장식 없이 ‘뼈째썰기’로 접시 가득 담아 나온 참가자미회의 절정은 뭐니뭐니해도 지느러미 부분이다. 작은 알갱이들이 아삭아삭 소리를 내면서 입안에서 부드럽게 부서져 섬세한 맛을 느끼게 해준다. 또 하나, 씻은 묵은지에 참가자미를 쌈으로 먹는 것이 독특하다.
“참가자미는 콩가루를 곁들인 야채무침과 먹어야 한다는 것은 고정관념이다. 신선한 참가자미를 집에서 직접 담은 묵은지에 쌈으로 먹으면 독특하고 깊은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안주인 한현숙씨는 같은 음식이라도 먹는 방법에 따라 다른 맛을 낸다고 귀뜸 해주었다.
마무리는 신선한 참가자미와 갖은 채소로 끓인 매운탕. 시원한 국물이 입안을 깔끔하게 한다.
요즈음의 먹거리는 올곧게 믿지 못한다고들 한다. 그래도 가족들을 위해 만든 엄마의 음식은 좋고 값비싼 재료가 아니라 가족을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이 가득하기에 더 맛있고 그립다. 우리 가족이 먹을 음식을 준비하듯 만들고 있다는 경주참가자미 횟집에 들러 직접 먹어보고 평가해도 좋을 것이다.
창밖 빗소리가 부추전 부치는 소리처럼 들려 맛있는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 (예약전화 775-92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