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유에서든 그림을 소장해야 될 경우에 누구를 막론하고 선택의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평소 그림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미술애호가라면 뚜렷한 자신의 선택 기준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안목으로 작품을 취할 수 있다 하겠지만 일반인들은 그림을 보는 기준이 없기 때문에 주위 사람에게 묻거나 고가의 작품일 경우는 전문가에게 상담할 수밖에 없다.
흔히 그림을 구입하게 될 경우, 첫째 조건으로 유명작가의 작품인지 아닌지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예술작품으로서의 본질은 뒤로하고 작가 이름부터 보고 제목을 보는 것은 그림을 보는 안목의 자신이 부족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은 순수한 감상에 지장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작가는 작품의 최종적인 조건의 문제이지만 절대성은 되지 못한다.
그림은 사람이 그린 것이다. 작가의 시대적 상황이나 개인의 환경, 정신적, 육체적 조건에 따라 한 작가의 그림이라도 그 우열은 크게 차이가 날 수 있다. 따라서 흔히 우리가 말하는 어느 작가는 호당 얼마라고 하는 이른바 크기에 기준을 두는 호당가격은 성립될 수 가 없다. 지금 국내외의 미술 옥션이나 화랑에서는 면적 비례의 가격형성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오직 본질적 가치 기준에 초점을 맞추어 가격이 형성된다.
미술작품은 하나의 조형물체이다. 그것이 평면이든 입체이든 공간에 존재할 수밖에 없는 시각적 대상물임은 틀림없다. 다만 그것은 다른 물질과는 달리 인간의 영혼이 깃든 테크닉의 산물인 것이다. 그렇다면 작품에 사용된 재료는 예술품의 중요한 조건이 아닐 수 없다.
동양화를 한 예로 들어보자.
그림의 바탕은 종이나 천일 것이며 그려지는 재료는 먹과 채색안료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보통 먹과 엷은 채색을 사용하는 수묵담채화와 채색을 진하게 하여 여백의 바탕이 보이지 않게 채색하는 진채화를 비교하면 물론 두 그림에 대한 감상으로서의 선호도는 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통용되는 가격기준으로는 진채화가 월등히 높다. 이것은 채색이 진한 민화, 불화를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는 문제다. 특히 현대 채색 동양화가로 유명한 천경자의 경우 A4용지 배정도의 그림도 수천만원에 거래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