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혁 동 부경대학교 교수 우리가 이 세상에서 추구하거나 이미 추진한 것을 두 가지로 집약해서 언급하면 하나는 물질문명이고, 다른 하나는 정신문화이다. 이 둘은 서로 상관관계가 있어서 문명이 발달하면 문화가 따라서 발달하고, 문화가 발달하면 문명이 따라서 발달한다. 그런데 우리 인간의 질 높은 삶은 결국 문명을 이용한 문화생활에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볼 때 질 높은 삶 즉 문화생활을 위해서 문화의 발전은 매우 필요하다. 이와 같이 질 높은 삶을 위해서 중요한 새로운 문화의 창출은 그 국가의 전통문화의 바탕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 바탕이 되는 문화의 발상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당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 그 중요한 문화의 발상지는 과연 어디인가. 그것은 바로 고대 문화를 꽃피운 신라의 수도 경주가 아닌가. 문화의 사전적 의미는 “인간이 자연 상태에서 벗어나 일정한 목적 또는 생활 이상을 실현하려는 활동의 과정 및 그 과정에서 이룩해 낸 물질적·정신적 소득의 총칭으로 특히 학문·예술·종교·도덕 등의 정신적 소득을 가리킴”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이러한 근거에서 볼 때 경주는 우리 문화의 산실이라고 할 수 있다. 그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첫째 학문에서 강수·설총·김대문·김춘추·최치원 등의 업적을 비롯해, 둘째 예술에서 우륵의 거문고, 백결선생의 방아타령, 향가, 황창랑의 검무, 처용랑의 처용무, 솔거의 황룡사 벽화, 불국사·석가탑·다보탑·석굴암 등 수 많은 유산, 셋째 종교에서 원효·의상과 같은 불교계의 거장들이 이룩한 불교문화, 넷째 도덕에서 손순, 연오랑과 세오녀들의 행적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문화유산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이제 경주를 단순히 역사적 유물을 관람하는 볼거리의 소비처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문화적인 측면에서 그들이 남겨 놓은 문화의 내용과 가치는 무엇이며, 이들이 어떻게 전승되었으며, 앞으로 어떻게 부흥시킬 것인가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 보는 경주에서 느끼는 경주, 사색하는 경주, 질 높은 문화생활의 일환으로 배우고 즐기는 경주가 되어야 하겠다. 21세기는 문화화의 시대다. 이러한 시대의 흐름을 볼 때 바로 경주가 우리나라 문화의 발상지로서 새로운 문화 창출의 진원지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우리가 무심코 거쳐 왔던, 수없이 발끝으로 차고 다녔던 돌멩이조차도 문화유산이 되는 내 고향이 바로 그런 곳이라고 생각하니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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