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분 동안 식사와 곡차를 하고 산불감시초소 옆으로 완만한 등산로를 따라 가는데 배도 부르고 기분 좋게 취기도 돌아 몸은 탄력을 받은 듯 빠른 속도로 걷는다.
너덜지대를 지나면 동쪽으로 뻗은 능선이 나오고, 문경새재 주차장에서 올라오는 길로 곧바로 조령샘이 나온다. 몇년전 산행할 때는 샘물이 풍부했는데 날이 가물어서 그런지 지금은 한 방울의 물도 나오지 않는다.
잣나무가 울창한 경사길을 올라서면 헬기장이 나오고 남쪽으로 멀리 속리산 연봉부터 희양산, 백화산 등이 보이고 동쪽으로는 주흘산의 전경이 멋지게 펼쳐진다. 능선 좌우측에는 울긋불긋한 단풍들이 터널을 이루어 서로의 자태를 뽐내며 무르익은 가을산의 정취를 고조 시키고 있다. 능선길을 따라 올라서면 조령산 정상 표지석은 1천17m를 알리고 14시 38분이다.
마침 대전서 오신 50대 부부가 늦은 식사를 하다가 같이 먹자고 하지만 식사 후라 사양을 하니, 그러면 포도라도 먹으라면서 주시니 산꾼들의 넉넉한 인심에 마음은 더할 수 없이 푸근해지고 기운이 절로 난다.
주변의 나무들로 전망은 그리 좋지 않지만 서쪽으로 연풍리가 내려다보인다. 이곳은 난세에 환란을 피할 수 있는 십승지지 중의 복지로 꼽히는 곳이다.
그리고 북쪽으로는 신선봉과 부봉사이로 월악산의 멋진 모습도 아득히 바라다 보인다. 정상을 조금 내려서면 급경사지대에서는 세미클라이밍으로 조심해서 내려가야 하며, 15시 37분 절골 안부 사거리를 지난다. 암릉지대가 눈앞에 펼쳐지고 칼날 능선과 암봉을 지날 때는 아찔한 절벽이 자리 잡고 있어 스릴을 맛볼 수 있다.
조령산과 주위의 산들은 설악산을 방불케 할 정도로 아름다운 형형색색의 단풍으로 물들어 암릉과 조화를 이루어 가히 절경이다. 동쪽계곡에는 태조 왕건 촬영세트장이 한눈에 들어온다. 신선암봉 정상에는 937m를 알리는 팻말이 나무에 걸려 있다. 문바위봉 직전에 가파른 급사면 길이 한동안 계속된다.
문바위봉을 지나 16시 59분 마당바위에 도착하니 이제 힘든 구간은 완전히 벗어나고 등산로도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최병윤 회원과 17시에 조령관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아직도 갈 길은 멀다. 결국 뛰어 가기로 하고 정신없이 달린다.
삼각점을 지나니 깃대봉 갈림길이 나오고 우측으로 휘어져 급사면을 내려서니 다시 편안한 길이 이어진다. 17시 28분 조령관문에 내려서니 최병윤 회원이 기다리다 반갑게 맞이해 주고 오늘도 40여km의 거리를 16시간 41분에 걸쳐 마무리 한다.
문경새재는 영남의 많은 선비들이 청운의 뜻을 품고 과거를 보러 한양으로 가는 길이다. 추풍령을 넘으면 추풍낙엽과 같이 떨어지고, 죽령을 넘으면 죽 미끄러진다 하여 두 고개는 꺼린 반면, 문경새재는 새도 날아 넘기 힘든 고개를 경사스런 소식(과거급제)을 듣는다 하여 모두가 선호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