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인 환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산악인) 경주 남산은 호미기맥 마석산에서 갈라져서 고위봉(494.6m)과 금오봉(471m)을 축으로 남북으로 뻗어 있다. 높이는 500m에 못 미치지만 산세가 복잡한데다 골산이어서 능선과 골짜기가 수없이 많다. 그 골짜기 마다 유적이 산재하여 노천박물관을 이루고 있다. 2000년 12월 2일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문화유산 경주역사 유적지구 중의 하나이며, 불교미술의 보고로서 신라의 숨결이 살아있는 곳이다. 우리는 너무 가까이 있기에 그 진가를 잊을 때가 많다. 내가 남산을 찾은 것은 등산취미를 가진 후였는데 유적답사 길을 포함하여 등산로가 70여개나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료되었다. 1990년 입산통제가 풀린 6월 어느 날, 삼릉에서 시작하여 상선암 -금오봉 -삼층석탑 능선 -용장골 -관음사 -고위봉 -칠불암 -남산동 -부석 능선 -사자봉 -전망대 -옥룡암으로 이어지는 장거리 산행을 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하루에 남산을 세 차례나 오르내리면서 6개 코스를 밟았으며, 그 후 대부분의 코스를 답사했다. 나는 남산을 우리나라 5대 명산 중 하나로 꼽고 있으며, 큰 산불이 난 현장을 보았을 때는 한없이 울었다. 그 정도로 나는 남산을 사랑한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기 전 조사단이 오가고 당국이 노력하고 있을 즈음, 남산에 올라 느꼈던 생각을 돌이켜본다. 공동묘지라고 할 정도로 분묘가 많았다. 심지어 절터나 유적지를 밀쳐내고 조상의 묘를 쓴 사람도 있었고, 어떤 묘는 근래에 조성된 것으로 보였다. 이러한 일들을 조사단에게 어떻게 설명했을지 궁금했다. 사유지일지라도 남산은 세계문화유산인 동시에 국립공원인데 한심한 일이었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하여 그 당시에 제안하고 싶었던 몇 가지를 이제야 표현해본다. 첫째, 국립공원 내에 사유지가 있으면 국가에서 매입하여 관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기존의 묘지는 이장 비용을 주고 모두 철거하게 하고 철저히 관리하기를 바란다. 셋째, 탐방로나 등산로를 정비하고 지정등산로 이외에는 출입을 통제할 필요가 있다. 넷째, 남산의 국립공원 경계에 울타리를 쳐서 무단출입을 막고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이러한 일에는 정책수립이나 많은 예산이 수반되므로 경주시나 국립공원 관리부처 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정부당국에서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야 한다. 또한 이 시설을 이용하는 시민들 역시 문화재를 아끼고 보호하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이다. 양반정신이 투철한 경주 사람들에게 몰매를 맞을 일일지 모르지만, 매장을 금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럼, 지는 우짤낑고? 나는 이미 시신기증을 포함하여 사후에 흔적을 남기지 않도록 유언을 해둔 상태이다. 사람이 죽으면 영혼은 조물주의 섭리에 따라 처리될 것이고 육체는 썩어 없어지는데 묘가 왜 필요한가? 자손들에게 묘를 물려줄 것이 아니고 훌륭한 자연환경을 물려줄 일이다. 이렇게 하여 남산뿐만 아니고 우리나라 모든 산이 금수강산으로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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