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그림의 수묵화(水墨畵) 가운데는 꽃을 소재로 그리는 ‘화훼화’라고 하는 화목(和目)이 있는데 여기에 새를 함께 그리면 ‘화조도’가 되며 이때는 어디까지나 새가 주재가 된다. 대부분의 꽃들은 각양각색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나 수묵채색화나 문인화(文人畵)에서 취급하는 꽃의 색깔은 흰색, 황색, 자색, 적색 등 한정된 몇가지의 색깔로만 표현하는 것이 보편화 되어 있다. 묵화에서 색을 곁들일 경우에는 주로 붉은색 계열의 꽃을 선호해 그리게 되는데 이것은 아마도 먹의 검정과 강열하게 콘트라스트를 이루어 시각적 쾌감을 주는 조형 원리에서 연유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홍화묵엽의 표현 방법은 청나라 말엽 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크게 유행하여 지금도 동양화에서는 공통적으로 적용하고 있다. 그림에 있어서는 자연 물상의 색채를 본래대로 모방하여 채색하는 것이 일반적인 표현방법이지만 먹을 주로 쓰는 수묵채색화에서는 잎을 먹이 섞인 청색이나 순먹색으로만 표현하는 방법을 주로 쓰고 있다. 이러한 채색법은 수묵화나 문인화가 지녀야 할 그림의 품격과도 관계가 깊다고 하겠다. 말하자면 자칫 유치하게 보일지도 모르는 잡다한 색깔을 생략하여 묵화의 고상한 격을 내세운다는 것이다. 홍화묵엽을 주장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중국 사람들의 관념적 색채관에서 기인한다고도 하겠다. 이른바 오방색(五方色)이라 하여 네 방위와 중심을 상징하는 고유의 색을 말하는데 가운데를 황(土)으로 정하고 동, 서, 남, 북을 각각 청(木), 백(金), 적(火), 흑(水)로 정하여 동과 남을 양(陽), 서와 북을 음(陰)으로 나누게 된 것이다. 중국 그림은 특히 이러한 관념적 세계관을 중요시 하는데 꽃의 붉은 색은 양이며 잎의 검정색은 음이므로 음이 양을 받쳐주어 기운생동(氣韻生動)의 조화를 이루게 한다는 것인데, 물론 이 경우 조형적으로도 적과 흑의 명도(明度)차에서 오는 신선감과 유채색과 무채색의 대비에서 비롯되는 쾌감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만일 꽃을 빨강으로 잎을 청록으로 채색했을 경우 이 두 색채는 서로 보색(반대색)관계에 있어서 색의 상호간에 충돌현상을 일으키게 된다. 말하자면 조화라는 것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여 비례의 균형을 이루는 것을 이상적인 것으로 생각하는데, 적색과 청록색은 같은 세력으로 맞서게 되므로 시각적으로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음양학적으로도 적과 청은 둘다 양이기 때문에 조화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아울러 그림을 완성하고 작가의 호와 이름을 쓴 다음 도장을 찍는 낙관 방법도 음양으로 이루어지는데 음각한 이름을 먼저 찍고 양각의 호를 그 아래 찍어 음양의 조화를 맞추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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