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아 차가 많이 막힐 것을 예상하고 길을 나섰는데 다행히 소통이 원활해 점촌 처가에 도착하니 22시 32분이다. 미리 준비해 놓은 음식과 곡차를 들면서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산을 좋아한다는 것은 알지만 한밤중에 산에 간다니 모두들 놀랐다. 버리미기재에 도착, 0시 47분 산행을 시작했다. 이화령을 거쳐 조령 3관문까지는 꽤나 먼 거리다. 하늘에는 휘영청 밝은 둥근 보름달이 두둥실 떠서 산꾼들의 길을 밝혔다. 산길에 접어들자 하얀 억새들이 손을 흔들며 우리를 다정히 반기니 발걸음은 더욱 가볍고 경사진 오르막을 오르니 바위지대가 나온다. 장성봉까지는 경사 길의 바위지대가 이어지면서 고도차가 450m가 넘는 바위 능선길이다. 1시 33분 전망 좋은 바위에 서니 달빛 산행답게 저 멀리 대야산 주차장과 흰 머리를 하고 있는 희양산이 달빛에 반사된 모습으로 희미하게 보인다. 곧이어 장성봉이다. 53분 걸렸다. 정상에는 삼각점과 제단석이 설치되어 있고 백두대간 장성봉 915.3m를 알리는 표지석이 있고 약간 넓은 공터에는 대간 종주자 한 사람이 텐트를 치고 야영하고 있다. 자는데 방해될까봐 조심조심 사진 촬영하는데 중년의 산꾼이 텐트에서 나왔다. 인적이라고는 전혀 없는 산봉우리에서, 그것도 한가위에 혼자서 야영하고 있다니 정말 산에 미치지 않고는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다. 혼자 야생화 촬영하면서 대간을 다니다 보니 산에서 잘 때가 많다고 한다. 이 지역은 뱀이 많으니 조심을 하라면서 걱정해 주는데 든든하고 고마운 마음이다. 장성봉에서 급경사 지대를 내려오면 쌍곡 갈림길, 이곳에는 백두대간 2차 역종주 기념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표언복님의 코팅 처리된 표지기가 있다. 전망 좋은 바위를 두 차례 지나 헬기장이 나오고 오르막길을 올라 3시 54분에 악휘봉 삼거리에 도착했다. 바위에 올라서서 서쪽으로 10여분 거리에 비켜나 있는 845m의 악휘봉을 바라보았다. 명물인 선바위(입석)가 있고 정상에 서면 조망이 뛰어날 뿐만 아니라 온통 기암괴석과 노송, 고사목으로 이루어져 한폭의 동양화를 연상케 할 정도로 경관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곳이다. 하지만 어두운 밤이라 악휘봉은 다음 기회로 미루고 바로 진행하는데, 정상은 어둠속에 우두커니 서서 침묵만 지키고 있다. 악휘봉 삼거리에서 오른쪽 길로 내려가다 보면 왼쪽은 급사면을 이루고 오른쪽은 완사면을 이룬 능선이다. 왼쪽으로 은티마을의 불빛이 보이고 바윗길 능선을 조금 오르면 820봉이다. 절벽지대를 지나 바위봉우리에서 주위를 살피니 보이는 것은 오직 산봉우리뿐이며 출발할 때의 밝던 보름달은 구름에 가려 흐리다. 4시 47분 520m의 은치재에 도착했다. 왼쪽으로 괴산군 연풍면 은티마을로 하산하는 길이 있고, 오른쪽으로는 봉암사가 있는 봉암용곡으로 가는 길이 있지만 봉암사쪽에는 입산금지 안내문이 있다. 봉암사 희양산은 스님들의 수행정진하는 조계종 특별수도원으로 일반인은 출입을 제한하고 있다. 다시 급경사의 주치봉을 쉼 없이 계속 오른다. 제가 가장 자신 있는 코스가 오르막 구간이다 보니 빨리 올라가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오늘따라 숨소리가 거칠어지고 호흡이 가빠지지만 뒤 따라 오는 손승락 회원과 최현찬 산행부대장은 잘도 따라온다. 가끔 오르막구간에서 장난기가 발동하면 엄청 빠른 속도로 올라가게 되는데 이런 산행은 체력소모가 심하기 때문에 가급적 하지 말아야 한다. 안부에서 마당 바위봉을 지나 참나무가 우거진 898m의 구왕봉까지는 고도차 300m이상을 극복해야 한다. 옛날에는 구룡봉이라 했는데, 신라 헌강왕 5년 지증대사가 봉암사를 창건하기 위해서 희양산 밑에 있는 큰 연못에 사는 용 아홉 마리를 구룡봉으로 쫓아 보내고 봉암사를 창건했다고 한다. 5시 51분 구왕봉 정상에 올라서니, 지름티재까지는 급경사 내리막 구간으로 험한 바위 벼랑의 연속이다. 전망대 바위에 도착하니 서서히 여명이 밝아오면서 눈앞에 우뚝 솟아 있는 희양산 바위봉에 압도되어 감탄사가 절로 나오고 그 아래로 유명한 봉암사가 보인다. 바위와 가파른 절벽에한가위 보름달을 등에 업고… 버리미기재-장성봉-악휘봉 삼거리-은치재-구왕봉-지름티재 로프를 잡고 조심해서 내려서면 650m의 지름티재로 6시 9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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