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물결치는 들판을 만났다. 가슴이 탁 유용미생물 첨가해 발효 시킨 청보리
가격 저렴 사료가치 우수해 국제경쟁력까지
트이는 건 비단 푸른 바다만은 아니라는 것을 이제야 느끼다니...
청보리밭. 풀피리 만들어 불었다는 이야기만 남아있는 보리밭이 경주의 전역에서 그 옛 이야기를 이어간다.
청보리는 언제부터 재배 했나?
청보리란 사료용 보리로 식용 보리와 차별화시키기 위해 붙여진 이름이다. 이전에는 사료전용 보리 품종이 없다가 2004년에 개발 되어 2005년부터 보조금(40% 보조, 60% 자부담)이 지원되기 시작했으며 올해 사업 4년차로 작년에는 350ha에서 재배되었다.
경주에서 보리를 이용한 사료화 시험을 시작한 것은 1998년부터이다.
농가단위 전국 최초 총체보리 사일리지 조제(’98), 경주시 조사료 생산단체 경주맥유회 조직(’99 회장 정율락), 추파 총체 보리 품종비교 시험(’04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 공동시험), 추파 신품종 이용 촉진 단지 재배 조성(’06), 신품종 사료용 보리 종자 35톤 보급(’07) 등 청보리 조사료를 이용해 생산비를 절감 시키려는 노력을 계속 하고 있다.
재배는 어렵지 않나
보리를 심는 시기는 10월 초~중순으로 벼 수확 후 바로 심을수록 좋다. 겨울철 노는 땅을 이용해 조사료를 생산하므로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격이다.
청보리 수확은 황숙기인 5월 중순부터 한다. 알갱이가 여물기 전 씨앗을 누르면 터지고 부드러울 때라야 영양소 흡수가 최고인 시기로, 보리가 단단해지면 흡수가 안되고 소화율이 떨어져 알갱이가 변으로 나오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청보리 재배면적은 3년여 사이 엄청나게 늘었지만 지역의 한우사육농가가 워낙 많다보니 청보리가 아직 부족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우농가들은 대부분 농업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이모작으로 직접 재배해 사료로 이용한다.
청보리 재배를 하지 않는 농가는 시에 등록된 영농조합법인 4곳(외동, 건천, 안강, 천북)에 미리 주문해 두어야 한다. 올해는 현곡에도 법인이 설립될 예정이며 이미 수확장비를 갖춰 청보리 수확 작업을 하고 있다고 한다.
1등급 조사료용 청보리를 영양만점 사일리지로
현재 보급된 신품종은 우호보리, 유연보리 2종이다. 그 중 우호보리는 기존의 올보리보다 수량이 11% 정도 많고 까락이 매끄러우며 줄기와 잎의 비율이 높은 특성이 있으며, 유연보리는 수량이 9% 정도 많고 삼차망(까락이 없음)으로, 도복에 강한(바람에 잘 넘어지지 않음) 특성이 있다.
청보리를 이용한 사일리지는 알곡이 달려 있는 상태의, 영양가가 가장 높은 적기에 보리를 수확해 유용미생물(생균체-젖산균)을 첨가한 후 랩핑처리(비닐로 밀봉) 한다. 이를 40일간 숙성, 발효 시키면 양질의 풀사료가 생산된다. 육성기(중기) 때 사일리지를 급여하면 위와 골격의 발달로 육질이 좋아져 고급육이 생산된다고 한다.
외동읍 괘릉의 농어민후계자 이영철씨는 “유용미생물을 농가에서 살려면 1봉지 8만여원이나 하기 때문에 엄청난 부담이 될 것인데 시 농기센터에서 배양해 필요 농가에 무상으로 공급하고 있다”며 “청보리 사일리지는 소화율이 좋고 단백질 함양이 높으며 영양분 흡수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 또 가축의 기호성이 좋고 한우의 경우는 번식률 향상, 젖소는 유지방 함양이 높아지기 때문에 축산농가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했다.
먹이는 양과 그 효과는 얼마나 되나?
랩핑 처리한 500kg 1롤에 7~8만원선이며 보통 성장기 한우 40여마리가 1일 먹는 양이다. 급여는 성장단계별로 양을 조절해야 하며 정해진 양이 없어 농가마다 편차가 있으나 사료절감 효과는 대체로 3~40%에 이른다.
시 농업기술센터에 따르면 청보리 사일리지를 급여했을 때 한우의 경우 배합사료비 22~44% 절감 효과가 있고 1등급이상 고급육 출현율이 88%나 되며, 젖소 착유우의 경우 배합사료비 13% 절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한우 번식우는 배합사료비 44% 절감(두당 2백30만원/년), 한우 비육우는 배합사료비 22%(두당 3백만원/년)가 절감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확하는 일이 제일 힘들어
수확 장비는 4종으로 억대가 넘는다. 영농조합법인이 있는 외동, 건천, 안강, 천북, 현곡(’08)은 수확 장비가 있으나 소규모 농가는 일일이 수작업해야 하는 상황이라 주변 몇몇 농가들이 모여 수확시 조합에 신청을 해 장비 지원을 받는다고 한다.
부족한 노동력을 해소하고 생산량을 높이기 위해 곤포장비를 점차 갖추어가는 추세이기는 하지만 장비지원 예산은 여의치 않다. 작년 말에 도비(FTA사업시책)를 확보해 지원했고 내년도는 국비를 요청해 놓은 상태라고 한다.
시 농기센터 관계자는 “종자 보급이나 재배 관리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장비가 없는 지역은 보리를 심고 싶어도 수확이 어려워 못하고 있다”며 “1개 읍면에 수확 장비를 갖춘 1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있어야 청보리 재배면적 확대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청보리가 나아가야 할 길
시 농업기술센터는 올해 청보리 재배면적을 500ha로, 2011년까지 1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로 종자 보급과 사일리지 제조, 수확장비 지원 등에 최선을 다하고, 조사료 확보에 필요한 효과적인 방법을 모색해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생산비 절감은 물론 수입조사료에 비해 사료가치가 우수하고 가격이 저렴해 국제경쟁력 있는 청보리 사일리지가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지금.
필요한 만큼의 청보리를 마음놓고 재배하게 되면, 가슴 답답한 축산 농가들이 초록의 물결속에 서서 잠시라도 웃음 지을 수 있는 여유가 생길 것이라 기대해 본다.
글·사진 황재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