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1시 30분 30여명의 서면 주민들이 ‘서면에 화장장 결사반대’라는 어깨띠를 두르고 경주시의회 소회의실을 가득 메웠다. 전직 도의원과 시의원, 지역자생단체장, 주민들은 경주시가 추진 중인 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부지 공모에 (재)서라벌이 현재 서면 도리에 있는 공원묘원 인근에 시립화장장 유치 신청한 것에 반발하며 바쁜 농사일을 뒤로하고 찾아 온 것. 간담회 자리는 최학철 의장과 이삼용 부의장, 서면지역 선거구 시의원인 이종근·백태환 의원, 이종표 의원(민노당 비례대표)이 나와 주민들과 의견을 나누고 이어 최병종 주민생활국장이 자리해 설명을 한 뒤에 마무리 됐다. 경주시가 공모사업을 통해 추진 중인 시립화장장 현대화사업은 4월 23일 사업부지 공모 마감 결과 12곳이 신청했으며 이중 현곡 오류에 신청했던 조모씨는 5월 8일 신청을 취하했다. 공모결과 화장장 신청사는 11곳에 달해 경주시의 기대에 부응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지역에서 신청자와는 상관없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어 추진 과정에 세심한 배려가 없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끊이지 않는 주민들의 반발 왜?=경주시가 대부분 기피하던 시립화장장 현대화 사업을 인센티브를 주면서까지 공모사업으로 추진한 것은 시 자체로 추진하게 되면 부지선정에 어려움이 많았기 때문이다. 공모 결과 11곳이 신청을 했지만 일부 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신청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은 결국 신청자가 지역주민과 최소한의 논의도 없이 임의로 신청한 것이 원인이다. 그리고 11곳 중 5곳의 신청자가 타 지역에 주소를 둔 이들이어서 처음부터 주민과의 논의가 불가능했다. 시는 부지선정 기준에 민원해소 항목을 포함 시켰지만 사업자가 신청전에 민원해소를 위한 최소한의 정치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여러 곳에서 주민들이 반발하게 된 원인으로 볼 수 있다. 내남면에서도 주민들이 시청을 찾아와 항의하는가 하면, 용강동에도 한 때 반대 현수막이 붙었고, 26일 오전 시청 정문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이들도 있었다. 공모 신청 이후 가장 조직적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곳은 서면지역이다. 서면 지역 주민들은 지난 26일 오후 1시30분 경주시를 방문해 주민들의 입장을 전달하려 했으나 시장을 만나지 못하고 시의회와 간담회를 갖고 반대입장을 전달했다. 이들의 요지는 “서면은 기존 공원묘지 외에도 폐기물처리시설 등 혐오시설이 들어와 지역이 침체에 빠지게 됐다”며 “서면을 살리기 위해 시립화장장을 절대 찬성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병종 국장은 서면 주민들과의 간담회에서 “이 자리에서 (서면에)간다 안간다 이야기를 할 수 없으며 집행부가 바로 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12명의 선정위원들에게 위임한 사항”이라며 “여러분의 의사를 충분히 이야기 하겠다”고 말했다. 최 국장은 또 “주민들이 막연하게 공원묘지가 있으니 화장장이 들어오지 않겠느냐고 하겠지만 선정기준이 있는데 모든 사람이 보더라도 공평하게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 시의원들 곤혹=주민들의 반대가 잇따르자 해당지역 시의원들도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서면 주민들이 시의회를 방문했을 때도 해당 지역구인 이종근·백태환 시의원도 주민들의 의견을 수용해 서면에 들어서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외 지역에도 시의원들이 주민들의 반대가 심한 지역은 난색을 표하고 있어 추진에 변수가 될 전망이다. ▶시의원이 부지선정위 들어간 것도 논란=13명으로 구성된 부지선정위에 이삼용 부의장과 이만우 산업건설위원장 등 2명의 시의원들이 들어가 있다. 공정성을 원칙으로 하지만 만일 이들 시의원들의 선거구에 신청지가 있고 주민들의 반발이 심하면 선거를 의식해 과연 공정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따라서 시의원을 굳이 포함시켜야 했다면 사업부지를 신청을 받은 뒤 신청지와 무관한 지역 시의원들을 위원으로 위촉하는 것이 오히려 절차상 문제가 없었을 수도 있었다. ▶앞으로 남은 일정은=지난 4월 23일 사업부지공모에서 12개 지역의 신청을 받아 현곡 오류 1곳은 취소하고 11곳이 남았다. 시는 6월 10일까지 신청부지에 대한 현장 실사와 문화재 지표조사 등을 거쳐 부지선정위원회에 자료를 제출하게 된다. 부지선정위는 6월 11~20일까지 서류심사와 신청지역 현장답사, 최종심의를 거쳐 6월 25일 최종부지선정발표를 할 계획이다. 시는 이 같은 절차가 끝나면 6월 25일부터 7월 14일까지 부지선정공고를 할 방침이다. ▶경주시 “꼭 필요한 사업, 할 수 있다”=경주시 관계자는 “현재 화장율이 전국 56%, 경주시가 42.5%에 이르고 있으며 2030년에는 80%이상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75년 전에 설치돼 운영 중인 경주시립화장장으로는 수요 충족이 곤란할 뿐만 아니라 시민정서에도 부합되지 않아 자연과 조화되고 휴식공간을 함께 갖춘 종합장사공원이 꼭 필요하다”고 당위성을 피력했다. 관계자는 또 “민원이 생길 수도 있지만 앞으로 사업을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 나가면 사업은 차질 없이 추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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