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 상 섭
(대구대학교 시설부처장)
경주 시내 곳곳에는 커다란 봉우리들이 떡하니 솟아 있는데, 경주 사람들이야 그것을 봉황대라는 통칭으로 부르며 옛 신라 왕조의 왕이나 왕비의 무덤일거라고 지레 짐작하면서 무심코 지나다닌다. 하지만 경주를 처음 찾는 외지 관광객들의 눈에는 매우 생소하면서도 의아한 풍경이다.
필자는 어릴 적 황남빵집 건너 누룩공장 뒤편 골목에서 살았는데, 집 뒤쪽은 작은 규모의 봉황대가 담벼락 역할을 해주어서 자주 올라갔던 기억이 있고, 남쪽에는 커다란 쌍둥이 봉황대가 자리 잡고 있어서 천연 미끄럼틀과 전쟁놀이 동산 역할을 했었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연로하신 국어 선생님으로부터 들은 봉황대에 얽힌 전설이 잊히지 않아서 적어보기로 한다.
통일신라시대 초기의 어느 날 중국 사신들이 신라를 방문 해 융숭한 대접을 받던 중 100만호를 자랑하는 서라벌 왕경 전체를 살펴보기 위해 선도산 정상에 올랐는데, 사신들 앞에 펼쳐진 왕경은 봉황새가 서쪽을 향하여 힘차게 훨훨 날아가는 신라의 힘찬 기개를 품은 형상이었다.
왕경 구경을 마친 사신들이 긴급회의를 한 결과, 불원간 중국 대륙으로 신라가 침공하여 중국 왕조의 명운을 좌지우지할 있는 심각한 상황이라는데 의견 일치를 보았다.
이튿날 사신들은 신라왕을 알현하여 “서라벌의 형상은 봉황새가 서역을 향해 힘차게 날아가는 경사스런 형상입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은 그러한 신라의 기개를 더욱 더 번창시키기 위해는 봉황의 알을 품속에 많이 품도록 해 그 알이 부화를 하게 되면 더 많은 봉황이 탄생하여 신라의 앞날에 무한한 번영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전하께 아룁니다”
이에 신라왕은 명을 내려 왕경 곳곳에 봉황의 알을 축조하도록 하였다.
훨훨 날아가는 새에게 무거운 알들을 얹었으니 그 새가 힘차게 날아갈 수가 있겠는가. 경주시내 곳곳에는 수많은 봉황대가 남아있는데 그 진위는 알 수 없지만 신라의 흥망에 따른 전설이다.
천년 동안 한 곳에서 왕경문화를 꽃피운 자랑스런 역사도시 경주를 고향으로 두었기에 이러한 전설도 마음 깊이 남아 있으며 그 모든 것이 우리의 재산이라고 여겨진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써클활동을 하면서 매주 일요일 새벽이면 어김없이 선후배가 사적지에 모여 조기청소를 하던 시절이 무척 그리워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