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남해산악회 사람들은 우리를
‘백두대간의 호랑이’라 불렀다
늘재-청화산-조항산-고모령-대야산-촛대봉-곰넘이봉-버리미기재
서낭당 뒤로 난 길을 따라 오르막이 시작되고 계속해서 급경사와 바윗길을 지나 로프가 설치되어 있는 바위를 오르면 전망대다.
급경사를 이룬 능선을 지나 다시 넓적바위 전망대에 이르니 속리산 연봉과 도장산이 보이고 10여분 후 헬기장에 도착하는데 바로 뒤편이 정상이다.
11시 31분 984m의 청화산 정상에 올라서니 표지석과 표지목이 없다면 그냥 지나칠 수 있을 정도로 별 특징이 없지만, 정상에는 철쭉나무 한그루와 표지목 사이에 표지석이 있어 서로 조화를 잘 이루고 있다.
그런데 표지석과 표지목에는 청화산 970m라 적혀 있으니 지도상의 높이와는 무려 14m나 차이가 나고 있다.
최현찬 산행부대장은 도착하자마자 더운 날씨에다 아침에 일출을 보기 위해 너무 무리한 탓인지 사진촬영도 하지 않은 채 나무 그늘에서 잠시 동안 꿈속을 헤매고 있다.
아직도 북동쪽 먼곳에는 운무가 구름바다를 이루고 있으며, 남동쪽에는 원효대사가 창건한 원적사와 도장산 사이의 유명한 쌍룡계곡이 있는데 여름철에 많은 피서객들로 붐비며, 특히 이곳 쌍룡계곡의 우복동은 세상에 둘도 없는 명당이요 복지라 한다.
정상에서 5분정도 내려서면 갑자기 왼쪽으로 꺾어지게 되는데, 직진 길은 시루봉으로 정상부분의 암벽이 떡시루 같이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왼쪽으로 꺾어 내려오면 경사는 완만해지면서 북쪽에 조항산이 보이고 갓바위재 삼거리에 도착하니 주변은 억새로 출렁이며 왼쪽은 의상저수지로 하산하는 길이다. 여기서 조항산까지는 암릉 구간이 자주 나오고 헬기장을 지나 능선에 올라서면 정상이 손에 잡힐 듯이 보이며, 위험한 암릉 구간을 기분좋게 통과하여 13시 38분 조항산 정상에 선다.
산들모임 산악회에서 세운 표지석 뒷면에는 백두대간을 힘차게 걸어 땀속에서 꿈과 희망을... 아아! 우리들 산하...` 라고 적혀 있다. 남쪽으로 속리산과 청화산, 북쪽으로 둔덕산과 희양산 그리고 대야산 등이 조망되며, 내리막으로 이어진 능선길을 진행하다 보면 현인이 부른 “비 내리는 고모령”의 무대는 아니겠지만 돌무더기가 쌓여 있는 고모령이 나온다.
다시 급경사 능선길을 급하게 올라가니 갈림길이 나오고, 오른쪽으로 마귀할미통시바위를 거쳐 둔덕산 가는 길이 나 있다.
15시 36분 밀재에 도착하니 이제 대야산까지는 계속 경사진 오르막과 바윗길이다. 양쪽으로 바위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코끼리 바위를 지난다. 계속해서 능선을 오르면 큰 대문바위 사이를 지나 전망대 바위가 나오는데 전망이 아주 좋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앞에 바라다 보이는 채석장은 산꾼들의 마음을 아프고 짜증나게 만든다.
대야산 오름길은 바위들의 전시장을 보는 듯 아기자기한 암릉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밧줄에 의지해 오르다 보면 왼쪽으로 중대봉 능선이 이어지고, 바위지대를 올라가면 정상에 도착하게 되는데 16시 23분이다.
백두대간 대야산 930.7m를 알리는 표지석과 삼각점이 있다. 그리고 괴산군과 문경시쪽에 각각 선유동 계곡을 거느리고 있는 대야산은 계곡에 반석과 소(沼) 등이 이어져 있다.
특히 괴산군 삼송리 농바위 마을은 전국적으로 소문난 장수마을로 이 일대는 맥반석의 성분이 계곡물에 스며들어 풍부한 미네랄과 차디찬 계곡수를 자랑하고, 문경쪽은 대야산 제일의 명소인 문경팔경중 하나인 용추가 있다.
여기는 인기리에 방영 되었던 KBS 대하사극 태조 왕건 촬영지로 거대한 화강암반을 뚫고 쏟아지는 폭포 아래에 하트형으로 패인 소가 윗용추이며, 이곳에 잠시 머물던 물이 매끈한 암반을 타고 흘러내리면서 아랫용추를 만들었다. 주변 바위에는 옛날 용이 승천하면서 남긴 용비늘 자국이 있고, 달뜨는 밤이면 바위와 계곡에 달빛이 비친다는 월영대도 있다.
부산서 오신 분들이 시끌벅적하게 떠드는 것을 뒤로 하고 정상에서 직진해 바위지대를 통과하니 가파른 내리막이 나온다. 급경사 길로 상당히 위험하며 중간 중간 로프를 설치해 두었지만 특히 겨울철에는 많은 대간꾼들이 한번씩 울고 가는 엄청 위험한 구간으로 안전에 유의해야 할 곳이다. 지리산에서 이곳까지 진행하면서 가장 경사가 심하고 위험한 곳이다.
급경사 지대를 내려서니 16시 51분, 우뚝 솟은 대야산 모습이 힘차고 박력이 넘치면서 아름답고 멋있게 올려다 보인다. 촛대재를 지나 오르다 보면 암벽지대에 로프가 설치되어 있으며 가파른 능선을 오르면 큰바위가 나오고 멋지게 솟아 있는 미륵바위를 돌아 계속하여 오르면 733m의 곰넘이봉으로 전망이 빼어나다.
넓은 바위를 지나 내리막을 내려서면 시멘트 참호와 헬기장이 나오며 낙엽송 지대를 지나면 버리미기재로 2차선 포장도로이지만 노선버스는 없다.
이곳에서 만난 경남 남해산악회 회원들은 우리들을 보고 인간이 아니라 짐승들이라며 앞으로는 “백두대간의 호랑이”들이라 부르라면서 멋진 별명을 붙여 주셨다. 새벽 1시 11분 갈령을 출발하여 18시 31분 버리미기재에 도착할 때까지 장장 17시간 20분에 걸친 산행으로 비록 몸은 고단하지만 마음만은 하늘을 날아갈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