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캠퍼스 “의대 아닌 의학전문대학원 이전” 시민단체 “시민 배신, 의료서비스 저하 우려” 동국대가 경기도·고양시와 현 일산병원부지에 2011년 준공을 목표로 ‘의생명과학캠퍼스’를 설립하고 메디클러스터를 조성하기 위해 지난 15일 양해각서를 체결, 경주캠퍼스 의과대학 이전 움직임을 보이자 경주시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에 대해 동국대 경주캠퍼스 측은 “의과대학이 아닌 의학전문대학원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해명에 나섰지만 지역사회에서는 “동국대가 의과대뿐만 아니라 한의과대도 옮기려는 수순을 밟고 있다”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동국대 어떤 일 추진하나?=동국대와 고양시는 ‘동국대 의생명과학캠퍼스 설립 및 메디클러스터 조성’과 관련한 양해각서(MOU)를 지난 15일 서울 동국대 본관에서 체결했다. 양해각서 내용은 일산동구 식사동 일대에 동국대 경주캠퍼스 등에 소재한 의과대학과 생명과학대학을 이전해 의료연구단지를 조성하고, 이곳을 메디클러스터로 육성하기 위해 고양시와 경기도가 적극적으로 행정지원을 한다는 것을 내용으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동국대는 오는 2011년 3월까지 1천500억원을 일산에 투자할 계획이다. 동국대는 1990년대부터 학교 소유의 이 부지에 제3캠퍼스 설립을 추진해 왔으나 수도권정비계획법에 따라 고양시에는 대학 설립이 어렵게 되자 1천 베드 규모의 동국대 일산병원만을 2002년 준공, 운영해 오고 있다. ◆동국대·경기도·고양시 MOU(양해각서)체결 골자는=양해각서는 10개 항목이다. 이중에 2항 ‘동국대는 대학부지에 대학 설립·운영규정에 의한 교사시설을 건립하여 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 및 생명과학 관련학과, 연구시설 등을 이전한다’, 5항 ‘동국대는 대학 건립 이후 경기도 및 고양시 지역주민과 학생들의 교육 기회 진작을 위해 적극 노력한다’ 등의 내용을 볼 때 경주캠퍼스의 주장과는 달리 경주캠퍼스 (한)의과대학도 언제든지 옮겨질 수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며 MOU체결 자치단체에 많은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양해각서에 (한)의학과 이전내용 포함 지역사회 “의료서비스 질 저하 불 보듯 뻔해” 시, 교육과학기술부 등에 반대 서한 보내 ◆의과대학 아닌 의학전문대학원 이전이다=의과대학 이전 문제가 논란이 일자 동국대 경주캠퍼스 측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자청하고 해명에 나섰다. 이날 이계영 전략기획본부장은 “2011년 준공되는 의생명과학캠퍼스로 이전하는 것은 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 및 생명과학 관련학과, 연구시설 등을 이전 한다”며 “의생명과학캠퍼스로 이전하는 것은 의과대학이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원”이라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의학전문대학원은 4+4학제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학생이 다시 4년 과정을 이수하는 과정으로 고급인력 유치의 전체로 추진하는 것”이라며 “현재 한의과대학 및 의과대학은 경주캠퍼스에서 운영 중이며 변경 계획이 없는 상태이고 기존 의학과, 한의학과 본과의 일부 임상수업이 일산병원을 비롯한 각 병원 등에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을 의미한다”고 해명했다. 이 본부장은 또 “학문 및 교육시스템은 아무런 변화가 없으며 경주병원은 포항병원을 없애면서 현재 400병상에서 120병상 중설에 따른 교직원 확충을 추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결국 경주캠퍼스에 의과대는 없어진다(?)=지난 20일 기자회견에서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의과대학이 이전하는 것이 아니라 의학전문대학을 이전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동국대는 결국 경주캠퍼스에 의학전문대학 허가를 받고도 2년 동안 학생들을 선발하지 않다가 수도권에 생명과학캠퍼스를 만들어 그쪽에 의학전문대학을 개설하겠다는 것이다. 최근 2년간 경주캠퍼스 의과대학은 매년 49명의 정원을 선발하지 않고 19명만 선발하면서 의학전문대학원 개설에 준비를 해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리고 향후 사회 분위기가 의학전문대학원 추세로 간다면 경주캠퍼스 의과대학은 결국 없어 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날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이 부문에 대해 확실한 답변은 하지 못했다. 문제는 동국대·경기도·고양시의 MOU체결 내용에서 보듯 이 같은 흐름이라면 차후에는 한의과대학도 전문대학원이 생긴다면 옮긴다는 가정도 현재로선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의과대 한의과대 없으면 동국대 경주캠퍼스 위상 추락=현재 동국대 경주캠퍼스의 위상이 과거에 비해 높아지고 올해 신입생 모집에서도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대구경북지역에서 경북대에 이어 두 번째 높은 점수였다. 물론 의과대와 한의과대학을 포함하지 않은 결과다. 경주캠퍼스 관계자는 서울과 경주 교환제도의 영향 때문인 것 같다고 했지만 경주캠퍼스가 의과대와 한의과대학을 갖고 있기 때문에 위상이 그 만큼 높아졌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경주캠퍼스를 졸업한 모씨는 “동국대 경주캠퍼스가 30년을 맞아 이제야 경주지역사회에 큰 역할을 하기 시작했는데 의학 관련투자를 수도권에 하고, 그곳으로 관련학과를 옮긴다면 그동안의 쌓아온 것이 하루아침에 무너지게 될 것”이라며 “경주는 한수원 본사이전, 양성자 가속기 사업 추진 등 국책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발전 가능성이 높은 지역으로 오히려 경주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것이 더 발전적일 수도 있다”며 아쉬워했다. ◆경주시 관계부처 주민여론 서한 발송=시는 진위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난 20일 자치행정국장이 동국대 경주캠퍼스 손동진 총장을 방문해 시 입장 및 시민들의 여론을 전달했다. 그리고 동국대 본교에 이전을 반대한다는 경주시 입장을 공문으로 전달하고 시민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언론보도내용 중 의학 관련 전문대학원 및 의과대학, 한의과대학 이전, 고양시와의 MOU 체결내용 및 동국대 의료원 경주병원 폐쇄 가능성 여부 등에 대한 동국대학교의 공식 입장을 서면으로 요청했다. 시는 또 21일 청와대, 교육과학기술부, 행정안전부, 보건복지부 등 중앙관련부서에도 반대 입장을 표명하고 지역사회단체, 시민들의 여론을 전달했다. 시 관계자는 “지난 87년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의과대학이 설립할 당시에 정부의 수도권 의과대학 설립 제한방침에 따라 경주지역에 설립된 만큼 지금에 와서 수도권으로 이전한다는 것은 설립당시의 정부방침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교육 과학기술부로 부터 30명 정원규모로 경주캠퍼스에 인가되어 2009년도에 개원하는 의학전문대학원 또한 경주 캠퍼스에 의과대학이 있기 때문에 경주 캠퍼스 에 인가를 받았는데 이전한다는 것은 경주시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의과대학이 없는 대학병원은 의료수준의 질 저하로 이어지고 경영악화로 인해 결국 병원폐쇄가 불가피할 것이 분명함으로 어떠한 일이 있더라도 이전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시는 향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시민단체 및 시민들과 함께 이전반대를 위한 강력한 대응책을 강구할 방침이다. ◆경주시의 긴급 의장단 회의 열고 대책 촉구=경주시의회는 지난 19일 낮 12시 긴급 의장단회의를 열고 집행부 관계자를 불러 대책마련에 나섰다. 시의회는 “경주시를 비롯해 시민 모두가 의과대학이 갈수 있다는 것을 심각하게 생각하고 대응해야 한다”며 경주시가 전면에 나서 시민들에게 알리고 강력히 대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의회는 오는 28일 전체 간담회를 열어 그동안 파악한 내용을 토대로 대응책을 마련하기로 했다. 시의회는 앞으로 의과대학 존속을 위한 성명서를 채택해 국토해양부와 보건복지가족부·교육과학기술부·동국대 본교 등 유관기관을 항의 방문해 경주의 입장을 전달할 방침이다. ◆경주 지역사회 반발, 의료서비스 저하 불 보듯 뻔해=현재 경주시, 시의회, 경주상의, 지역시민단체, 장애인단체 등이 의과대학 이전 추진에 반발하고 있기 때문에 지역사회가 또 한번 술렁일 전망이다. 동국대 의과대학이 수도권으로 옮기면 그나마 남아있던 현 경주병원의 우수한 인력들이 따라 움직이는 것은 당연지사. 그동안 경주캠퍼스 의과대학은 우수한 교수진을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 따라서 앞으로 수도권에 의학전문대학원이 생긴다면 경주병원은 우수한 의료진을 확보하지 못해 이에 따른 질 높은 의료서비스도 기대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시민단체 김모씨는 “동국대 경주캠퍼스에 의과대학이 없어진다면 병원의 의료서비스 또한 당연히 떨어질 것”이라며 “경영 문제로 문을 닫게 된 포항병원처럼 경주병원도 결국 다른 곳에 넘겨버리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느냐”고 우려했다. 김씨는 또 “경주시는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질 때까지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며 “하루속히 전 행정력을 동원해 대응해야 한다”고 성토했다. ◆천마장애인자립센터 성명서 발표=천마장애인자립센터(센터장 박귀룡)는 22일 성명서를 통해 “동국대학교가 지금까지 비밀리에 추진해왔던 의과대학의 수도권이전을 전면 백지화 하고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민들의 사랑받는 대학과 의료기관으로 거듭 태어날 수 있는 발전적 방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천마장애인자립센터는 “동국대는 12년전 국토균형개발 차원에서 의과대학을 승인해 준 정부의 본래 취지를 살려 원칙을 지키고 의학전문대학 또한 경주에 개설하여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확충해야 한다”며 “동국대학교측은 의과대학과 병원은 옮기지 않고 의학전문대학만 경기도로 옮기기에 현재와 아무런 변화가 없다는 해명으로 경주시민을 기만하는 행위를 즉각 사과하고 지금까지 한마디 양해나 의논도 없이 추진해온 의과대학 이전 계획을 전 시민들의 저항적 운동이 전개되기 전에 전면 백지화 하라”고 촉구했다. 센터는 또 “경주시와 경주시의회는 이번 동국대의 일방적 경주시민을 배신한 계획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향후 동국대학교의 의과대학은 물론 의학전문대학이 경주에 존치 또는 유치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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