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할 고통은 잠깐이요 못 배운 고통은 평생이라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이다. 안하는 것보다 늦게라도 하는 게 낫다. 가장 강한 적은 자기 자신이다”
이영자 교장선생님의 격려의 말.
지난 15일 오전 11시 경주청년회의소 2층 강당에서 한글학교 180여명의 할머니 재학생과 경찰서장, 교육청 관계자 등 도움 주신 많은 분들이 함께 한 가운데 아름다운 효도잔치가 열렸다.
경주한글학교 재학생들은 배움의 기회를 놓치고 평생 생활의 불편을 겪어온 60~70대 할머니들이 대부분이다.
황오동에 계신다는 이모 할머니(66)는 어린 손자를 돌봐줄 때 약봉지의 이름을 몰라 애태웠던 사연을 이야기 했고, 한글학교를 7년째 다니고 계신다는 한분은 10년 이상 돌봐준 외손자가 일본 가서 5장의 편지를 써 보냈을 때 그것을 스스로 읽으며 눈물을 흘렸다는 사연을 이야기하며 또한번 눈물을 글썽이셨다. 1992년부터 함께 한 최순이(68세) 학생회장은 경주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할 당시 글을 몰라 경주를 방문한 관광객이 “천마총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천마총은 서울에 있지 여기는 없다”고 말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었다고 했다.
아무리 잘 가르쳐주어도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못난 학생이라 자위하면서도 몇 년을 꾸준히 다니니 이제는 간판도 잘 읽고 어딜 가나 걱정이 없다고 한다. 봉사하는 다섯명의 선생님들도 더 열심히 정성을 다하겠다며 머리를 숙였다.
92년 동국대학교 영어영문학과 학생이던 김현지 선생님이 아줌마학생 세분을 모시고 수업을 시작한 것이 출발점이다. 한림야간중고등학교 이종룡 교장의 허락 하에 교과서와 교실을 무료로 사용하게 되었고 97년 현재의 이영자 교장과의 인연으로 한글학교라 명명하고 학교의 틀을 만들어갔다. 현재까지 1천여명의 학생들이 거쳐 갔으며 현재 180명의 재학생들이 5개반(고급·중급·초급·기초·세종반)으로 나뉘어서 매주 수, 목요일 오전 9시 30분부터 3시간의 수업을 한다. 5월부터 토요일마다 기초생활한자 특강도 하고 있다.
눈높이에 맞는 다양한 문화활동과 여가활동이 함께 있는 만남의 장소요 생활의 활력소가 되기에 충분한 한글학교.
한림야간중고등학교 출신으로 늦깍이 공부를 해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재학중인 정석호 시의원은 자신의 내밀한 가족사를 이야기 하면서 그 힘듦을 공감한다. 작은 소원이 있다면 지하가 아니라 양지바른 곳에 2층의 건물을 올려 한림야간중고등학교와 한글학교가 함께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전효숙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