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이 생명력을 회복시키고 마음에 평안을 준다는 사실은 많은 사람들의 공통적인 색상이미지라 하겠다. 피곤해 있을 때 초록색 숲속에 있으면 자기치료력을 발휘해 본래 가지고 태어난 힘을 느끼고 기를 호홉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녹색은 자연의 원초적인 색이다. 생물이 상륙하기 전 먼저 이끼나 씨앗류 등 식물의 조상들이 바다로부터 상륙해 들어와 지구의 산소를 생산하게 된 것이다. 지상에 등장한 생명의 색깔은 녹색이었으며 신이 인간에게 준 최초의 색깔도 녹색이었을 것이다. 우리가 녹색의 풍요로운 환경 속에 살고 있다는 것은 신의 축복이다.
자연의 녹색은 부담 없이 우리에게 다가와 인간을 감싸주고 편안하게 그 자체의 효력을 발휘하나, 인간이 만든 녹색물감은 성질이 까다로워 생활에 적용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인지 일상생활 속에서 녹색의 기물을 발견하기란 쉽지 않다.
우리가 흔희 말하는 초록색은 순색을 그대로 사용하면 유치하고 촌스럽기 짝이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눈에 거부감을 일으킨다. 그래서 화가들도 녹색 사용을 기피하는 경향이 있는데 꼭 녹색을 사용해야 할 경우에는 다른 색깔들을 섞어서 중간색의 파스텔톤 느낌을 나게 한다든가 상당히 가라앉힌 숙성된 녹색으로 만들어 쓰는데, 작품 속에 녹색이 얼마나 잘 쓰였는가를 보고 아마튜어와 프로를 가려낼 수 있을 정도로 녹색은 까다롭기도 하다.
지금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녹색 물감은 화학적으로 합성해 만든 것으로 자연 본래의 깊은 맛을 주지 못하지만 옛날에는 천연광물(주로암석)에서 채취하고 가공해 물감으로 만들어 썼기 때문에 절의 단청 같은 것도 옛날에 조성된 것은 부드럽고 깊은 맛을 주어 고상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녹색은 연두에서 청록색에 이르는 폭넓은 색상의 범위를 이루고 있으며 그 색깔마다 전부 식물에서 그 이름을 따서 붙인다. 밝은 연두색을 약엽(若葉)이라 하여 봄에 나오는 새 잎의 색깔에 비유하고 있으며, 녹두색, 쑥색, 올리브색 같이 한 풀 숨죽인 색깔이 주로 의상에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