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 해 남
(수필가, 대구광역시의회 경제교통전문위원)
요즈음 언론 매체를 접하다보면 어깨춤이 절로난다. 고향 경주에 모처럼 역사의 봄바람이 불고 있기 때문이다. 월정교 복원을 위해 첫삽을 뜨는 화면이 벚꽃보다 더 희고 환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남산의 향불이 피어오르는 것일까. 신라 천년문화의 향기가 서라벌에 가득하다. 내친 김에 황룡사까지 빠른 시일 안에 복원되었으면 하는 간절한 바램을 가져본다.
나는 경주사람으로 태어난 게 늘 행복스럽다. 아무리 천여년의 세월이 흘렀다 해도 신라천년의 문화는 끊임없이 이어져오고 있다.
남산을 오르다보면 여기가 불국토(佛國土)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한다. 부처님을 현시하려는 돌을 쪼는 석공의 구슬땀이 푸른 소나무의 가지마다 등불처럼 달려있다. 곳곳에서 피어나는 문화의 향기. 문천과 알천을 휘감아 돌아가는 형산강의 여여한 쪽빛 물결. 토함산, 함월산, 선도산을 따라 불어오는 맑은 바람.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살고 싶은 고장으로 손꼽힐 수밖에 없지 않은가.
오래전에 평창군 봉평면에 있는 ‘이효석문학관’에 들른 적이 있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몰려오는 관광객들.
“우리 군 예산 수입의 3분의 2가 여기서 나온다”는 군직원의 자랑이 대견스럽고, 부럽기까지 했다. ‘메밀꽃 필 무렵’이라는 소설의 지명을 따서 문학관을 세운 지혜를 높이 살만하지 않은가.
봉평에는 굴뚝도 없고, 빌딩도 없지만 아름다운 고장으로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것이다. 하얀 메밀밭을 가꾸며, 그들의 터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있는 군민들의 마음이 여기저기 묻어나온다. 어디 그 뿐인가. 외지인들도 함께 봉평을 사랑하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릴 정도면 더욱 발전될 것이 분명하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이고 지식산업의 시대이다. 경주가 어떤 곳인가. 우리나라 최고의 문화유산이 지천으로 깔린 곳이다. 신라천년의 문화가 숨쉬고, 바위를 움직이는 빼어난 예술의 혼이 요동치고 있는 곳이다. 역사의 흐름 속에 허물어졌지만 다시 일으켜 세우면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우뚝 솟을 보물들이 수없이 많다. 우리가 발전시켜야 할 것은 바로 문화산업이다.
반월성에다 왕궁을 복원해 남천에 다시 맑은 물이 흐르게 하고, 월정교를 지나 남산에 이르는 꿈의 거리를 만들자. 황룡사를 되짓고, 비를 맞지 않고 걸었다는 신라의 거리를 재현하자. 물밀듯이 쏟아져 들어오는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는 세계적인 문화도시를 건설하는 것은 순전히 우리들의 몫이다.
로마가 무엇으로 살아가는가. 이집트와 터키의 주된 수입원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보았으면 싶다. 발굴과 복원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우리 스스로 경주를 사랑하는 마음가짐이다. 경주를 가슴에 안아야 한다. 경주와 함께 숨쉬고, 동해의 아침해를 맞이해야 한다. ‘경주사랑운동’을 통해 세계를 향해 뻗어가는 힘찬 경주의 원동력을 만들어내자.
세계인이 다투어 찾아오는 문화산업도시 경주를 만드는 것은 우리의 사명이고, ‘경주사랑운동’은 우리에게 주어진 역사의 부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