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화장장을 쾌적한 공원형 현대시설로 확장·이전하는 일은 경주지역의 해묵은 숙원이었다. 경주시민 누구나 요긴하게 이용할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대부분 자신의 가까운 곳에 두기를 원하지 않는 혐오시설로 여기는 시립화장장 이전문제는 시급하지만 워낙 민감해 누구도 감히 쉽게 풀지 못했던 난제 중에도 난제였다.
1932년에 지은 현 화장장의 경우 화장로가 2기에 불과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친다. 시설은 낡고, 부지도 좁아 이용에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평소 ‘난 화장할거야’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조차 이곳 시설을 보고는 화장할 생각이 없어졌다고 말할 정도다.
또 장례문화가 매장에서 화장으로 꾸준하게 변화하고 있는 추세를 감안할 때 시립화장장 이전은 이제 더 이상 미룰 수도 없는 현안이다.
따라서 경주시가 30억원의 인센티브를 걸고 추진한 경주시립화장장 부지공모 사업은 탁월한 선택으로 평가된다. 이미 강동면 6곳과 현곡면 2곳, 안강·내남·서면·용강동 각 1곳 등 12곳이 신청했다. 이들 가운데 부지를 확정하고, 내년 상반기에 착공, 2010년 말에 완공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사업부지 공모에 응한 신청자 대부분이 지역주민들의 동의 없이 공모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1차 관문을 통과했다고 마음을 놓았던 경주시나 시민들은 다시 긴장하고 있다.
이미 여러 지역에서 조직적인 집단반발이 감지되고, 반대추진위원회가 구성된 곳도 있다고 한다.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지가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개개인의 계산 앞에서 공적인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만다.
경주시는 개발기금 30억원을 지원한다는 수치에 앞서 그 일대를 부산의 영락공원의 예처럼 시민들이 즐겨 찾는 아름다운 공원으로 조성하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고 시민의 이해를 구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민들도 사사로운 이해나 감성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대승적인 마음으로 이번 기회에 시립화장장문제가 반드시 해결될 수 있도록 지혜를 모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