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들도 어릴 때의 꿈이 대통령이었다. 단기 방학을 맞아 행복한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경남 김해에 있는 봉하마을을 다녀왔다. 지난 4일 제16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생가와 사저에서 나무심고, 그물 걷고, 자전거로 아이들 태워주며 지내는 노 전 대통령을 만났다. 몇몇 관광객이 ‘대통령님 얼굴 좀 보여주세요’ 하는 요청에, 집에 찾아온 손님을 냉정하게 거절할 수 없어 인사한 것이 계기가 되었는데 지금은 전국에서 평일에는 수천명, 휴일에는 2만명 이상이 찾아오고 있다고 한다. 오전 11시 30분, 오후 3시 30분 두번의 정기공연(?)이 있다. 잘 다녀가시라고 대통령이 인사하지 않으면 차량들이 꽉 차서 꼼짝을 안한단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몇 차례의 수시 공연을 한다고 한다. 스스로 서커스 판이 되어버렸다며 자조 섞인 웃음을 짓지만 우리 방문객들은 즐겁기만 하다. 역대 대통령 중에 이렇게 행복한 대통령이 있었던가. 일반시민들이 가까이서 사진도 찍을 수 있고 포즈를 취해 달라고 하면 ‘사랑합니다’하며 온몸으로 하트 표시를 해 준다. 덕담을 해달라는 방문객의 요청에 한마디 하신다. “정치에 대해 국민이 정확하게 요구하면 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해야 할 것은 ‘어떻게’ 뜻을 정확히 전달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 시민의 각성과 변화가 핵심이다” 소박하고 어눌하지만 정곡을 찌르는 말에 환호가 이어진다. 많은 시간과 기다림속에 십여분 잠깐의 만남이었지만 많은 것을 느끼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소박하다 못해 초라한 생가에서 방명록에 기록하고 돌아서니 여기저기 쌓인 쓰레기들과 악취를 풍기는 화장실을 보며, 전 대통령이 보고 싶어 방문한 사람이라면 최소한의 기본 예의는 지켜야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또 많은 사람들의 방문에 따른 기본적인 배려는 관리자들이 많은 신경을 써야 할 부분이다. 정치적 소신, 진정성, 청렴성을 몸소 보여주는 노 전 대통령. 봉하마을의 진풍경은 언제쯤 사라지게 될까. 행복한 대통령을 많이 경험하게 되면 가능할까. 그때쯤이면 우리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정치이야기는 한결 풍요로워지리라. 전효숙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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