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미술품에 대한 세간의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요즈음 국내 옥션에서는 두달전쯤 박수근(1914-1965)의 ‘빨래터’가 45억원에 낙찰되어 한국 근대작가 작품으로는 최고가를 경신하는 기록을 남겼다.
이 그림은 한때 위작시비로 시끄러웠으나 미국인 원주인의 해명과 전문가들에 의해 진품으로 확인되어 위작 소동은 일단락 되었다.
이 그림 역시 ‘행복한 눈물’을 구입한 S그룹 미술관에서 매입했다.
앤디워홀, 리히텐슈타인 등 팝 아티스트들이 활약한 60년대는 미국이 풍요를 구가하던 화려한 소비시대였으나 박수근이 활동하던 5~60년대는 궁핍한 삶속에서 절약과 근검의 가치를 중히 여긴 고난의 시대였다.
박수근은 이 빈곤의 시기에 전형적인 자신만의 독특한 스타일의 그림을 탄생시켰으나 어두운 사회의 소용돌이 속에서 빛을 보지 못하다가 사후 5년이 지난 70년대 초부터 그 진가가 알려지고 거래가 이루어졌다.
그가 가고 40년이 지나고서야 그의 작품들이 흙속에 묻혀 있었던 보석이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게 되었다.
박수근이 즐겨 다루었던 소재는 소박한 일상의 인간상과 서민의 가옥, 나목 등이었다.
가난을 껴안고 살아가는 농촌의 여인, 노인, 아이들 그러나 생활에 지치거나 절망하지 않고 따뜻한 인간애로 살아가고 있는 삶의 정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의 작품은 화려한 색깔이 없고 풍화된 바위의 표면같은 거친 바탕위에 단색조의 회청색 또는 회갈색이 주류를 이루며 약간의 빛바랜 자연색 같은 것이 조금 들어가 있을 따름이다.
가난한 삶속에서 화려한 색깔이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어쩌면 박수근의 이러한 무채색 같은 단색조는 그 시대적 상황을 가장 잘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장식적인 요소가 없는 색깔, 단순한 형상, 최소한의 선으로만 그려진 잎을 달지 않은 나목...그대로가 그의 삶이었다.
“‘참는 자에게 복이 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성경 말씀을 생각하면서 나는 진실하게 살려고 애썼다. 또 나는 고난의 길에서 인내력을 길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