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림에 익숙한 석굴암 부처님 우리나라 제일의 보문단지 벚꽃이 만발하는 시기에 맞춰, 화창한 봄기운과 천년의 미소를 음미하고자 가벼운 마음으로 혼자 토함산에 올랐다. 오를 때는 자연의 신비에 발걸음이 가벼웠고, 내려오는 길은 즐겁고 행복한 시간이었기에 그 기쁨을 독자들과 함께하고자 한다. 토함산(746m)은 산악인들보다는 관광객들에게 더 잘 알려져 있는 산이다. 많은 국보와 함께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불국사와 석굴암을 품고 있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등산로는 불국사에서 석굴암으로 오르는 길을 비롯해 코오롱호텔, 하동마을, 보불로삼거리, 황룡동, 추령고개, 범골, 장항리, 휴양림, 삼태봉 쪽 능선, 등의 코스가 있는데 나는 모든 코스를 답사했고 몇 차례 등산안내를 한 적도 있다. 이번 산행은 보불로삼거리에서 출발하여 능선을 따라 정상에 오르고 석굴암에 들렀다가 불국사로 하산하는 코스였다. 부산에서 시외버스로 경주까지 가서 불국사행 버스를 탔다. 보문로는 물론이고 보문단지 전체가 온통 벚꽃 세상으로 황홀경을 연출하고 있는 보불로삼거리에 내려서 산행준비를 마치고, 보덕산방식당 옆길로 능선에 오르니 진달래가 또 나를 반겨주었다. 토함산에 오르는 등산로 중 가장 긴 코스이므로 몇 개의 봉우리를 오르내리는 비교적 완만한 등산로였지만 정상까지 2시간 반이나 걸렸다. 정상 표석이 새롭게 만들어져 있고, 동쪽으로 넓게 트인 수평선에는 몇 해 전에 보았던 새해 일출의 감동이 밀려왔다. 또 시내 쪽으로 바라보니 청운의 꿈을 펼치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새로웠다. 하산 길에 석굴암에 들르니 참배객이 줄을 이었다. 석굴암은 국보 제24호로서 세계적인 불적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본존불을 경건한 마음으로 우러러보고 있으니 마음속의 부처가 겹쳐지면서 천년의 미소가 보였다. 삼배를 올린 후 잠깐 선정에 드니 마음이 맑아졌다. 나는 불교의 교리나 절의 예법을 모르는 상태에서 2년 전 우연히 부산 A선원에 인연이 닿아 불교의 세계를 접하게 되었다. 이 선원은 간화선(화두를 참구하는 참선)의 대중화에 선두주자 역할을 하고 있다. 화두참선은 부처되는 과정을 수련하는 스님들의 수행과정인데, 제가불자들로 하여금 기복신앙을 탈피하고 수행불교를 실천할 수 있도록 지도하고 있는 것이 그 특징이다. 나는 초보자 화두공부를 통하여 삭막했던 나의 영혼을 보았고, 그 영혼을 담고 있는 마음자리를 비우게 되었다. 이러한 경계체험을 계기로 새롭게 태어났으며, 매일 마음 비우기 훈련을 하고 있어 늘 행복하다. 산행할 때도 화두일념으로 걸어가고 있으니 힘들지 않고 즐거운 산행이 된다. 오동수 약수로 마음을 씻고, 청마시비(靑馬詩碑) 앞을 지날 때는 ‘큰 나의 밝힘’이란 교훈으로 젊은 포부를 넓혀주었던 유치환 교장선생님의 모습이 떠오르기도 했다. 불국사를 지나 만개한 벚꽃 동산에서 산행을 마치니 즐겁고 행복한 봄날이 내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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