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당시 소비사회의 풍요로움과 그것이 파생시킨 여러 대중문화의 현상을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팝 아트는 21세기에 접어든 오늘날 더욱 공감을 얻을 수 있을 만큼 앞선 것이었다. 팝 아티스트들이 60년대의 사회에서 본 것은 무한정 소비되는 일상의 생활용품들과 그것들의 소비를 부추기는 상업광고, TV와 영화스타, 대중들의 생활에 정착된 인스턴트 상품 등이었다.
이러한 상품화의 광고는 대부분 반복의 최면효과를 통해 결국 소비자가 그것을 소유하고 싶게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광고 속의 물건은 소비자를 세뇌해 더이상 광고 속의 허구가 아니라 현실적 욕망의 대상이 된다.
팝 아티스트들은 이와 같이 대중에게 익숙한 상업적 이미지를 차용해 확대, 반복, 재구성하여 제작한 도상들은 화려하고 유혹적이며 비개성적 익명성을 내세운다. 댄디 워홀이 사용한 마릴린 먼로의 사진과 코카콜라병, 캠벨 수프캔, 브릴로 비누상자 같은 것은 복제되어 상품처럼 소비문화의 속성과 매스미디어의 역할을 보여준다.
이는 팝 아티스트들의 관심이 예술성이나 미술적 형식문제, 고상한 취향에 구속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쉽게 접할 수 있는 현실의 반응이며 그 수용의 결과라 하겠다.
워홀이 일찍이 그 위력을 깨달았던 코카콜라는 세계사람들 누구나가 좋아하는 미국소비문화의 상징처럼 되었는데 그의 자유롭고 평등한 문화의 수용을 설명한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볼 필요가 있다.
“이 나라 미국의 위대한 점은 가장 부자인 소비자도 가장 가난한 사람과 똑같은 것을 산다는 것이다. 당신은 TV를 시청할 때 코카콜라를 볼 수 있다. 그리고 대통령도 코카콜라를 마시며 리즈 테일러도 코카콜라를 마신다는 것을 알고 있으며 당신 또한 코카콜라를 마실 수 있다. 코카콜라는 그저 코카콜라다”
풍요시대의 미술의 속성이라고 할수 있는 즉흥적인 시각의 즐거움, ‘보이는 것 그대로다’와 같이 반복하여 생각하는 사유의 깊이에서 벗어나는 단순한 표현은 이제 우리 화단에도 서서히 젖어들어 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