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하순 부산 수봉산우회(경주중고 동문 산악회) 회원들과 함께 오랜만에 단석산에 올랐다. OK그린에서 출발하여 정상에 오르고 방내 쪽 길을 따라 내려가다가 장군바위 능선을 거쳐 건천IC까지 가는 종주산행이었는데, 종일 비가 오는 중에도 계획대로 산행을 마쳤다. 산행 중에 생각났던 몇 가지를 적어본다. 단석산(827.2m)은 경주시 건천읍, 내남면, 산내면의 경계에 위치하고 있으며 경주시역에서 제일 높아 경주를 대표하는 산이라 할만하다. 남산이나 토함산의 명성에 가려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차츰 등산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다. 신라시대 중악으로서 김유신장군을 비롯하여 화랑들의 수련장으로서 신라 삼국통일의 요람역할을 했던 곳이며, 건천읍민들은 단석산 기슭에 사는 것을 자랑으로 여길 정도이다. 단석산에 대한 나의 애정은 남다르다. 어린 시절 눈 덮인 단석산을 바라보며 세상에서 제일 높은 산이라 생각했고, ‘단석산 기슭 아래 우리 배움터’라는 교가를 부르면서 그 품에서 소년시절의 꿈을 키워왔다. 천리타향 부산에 나와 살면서도 단석회라는 친목회를 만들어 죽마고우의 정을 나누면서 살아온 지 40년이 넘었다. 나뿐만 아니고 고향이 건천・모량인 사람들은 친목회의 이름에도 단석산에 대한 향수를 담고 있다. 이처럼 마음의 고향인 단석산을 등산취미를 가진 후에야 비로소 올랐다. 밑에서 생각했던 것보다 산세가 험하고 복잡했으며 열린 등산로가 몇 가닥뿐이었다. 고향 산의 산길을 모르고는 등산을 말할 자격이 없을 것 같아 혼자서 옛날 길을 더듬어 골짜기・능선을 모두 답사하고 지도를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누구에게나 자신 있게 안내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이번 산행에서 모든 회원들이 나의 안내만 기다리고 있었는데, 우중산행이라 안개로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상태에서 방내로 하산하는 길목을 지나치는 바람에 30분 정도 지체되는 큰 실수를 범했다. 나의 방심으로 일어난 일이었지만, 회원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주지자체의 무성의에 대하여 불만을 나타냈다. 잘 세워둔 정상의 표석에 비하여 중요지점에 안내표지나 이정표가 없어서 불편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립공원이라는 이름값을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차제에 건천읍이나 지역산악단체들에게 조그마한 성의를 보여줄 것을 건의한다.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OK그린 관리소에서 등산객들에게 입장료 1,000원을 징수하는 것이다. ‘입장료는 OK그린 자연환경을 보존하는 경비로 사용됩니다.’ 라고 표기되어 있고, 시설은 연수원, 수련원, 방갈로, 야외공연장, 수영장, 눈썰매장, 체육시설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시설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들까지 입장료를 내게 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국립공원 입장료도 폐지된 시점에 사유지라는 이유로 경로혜택제도도 무시한 채 통행료를 받는 것은 무리라고 생각한다. 허가기관이 재검토해줄 것을 건의한다. 사소하나마 이상 몇 가지를 보완하고 등산로를 정비하여 단석산을 찾는 사람들에게 안락하고 안전한 산행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다면, 경주시가 친절한 문화도시임을 느끼게 될 것이다. 고향의 명산을 사랑하여 하는 고언으로 보아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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