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동경올림픽을 치루고 20년이 지난 후쯤인 1987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한 점을 약 300억원에 낙찰 받아 세계미술계를 놀라게 했다. 당시 일본에서는 상상도 못할 정도의 거금을 지불해 모두들 의아해 했었다. 그러나 불과 6개월 후 다시 고흐의 그림 한 점이 450억원 가량에 낙찰되어 또 한번 그림 값이 세상의 관심사로 떠오르게 됐다. 연초부터 세간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삼성그룹의 비자금 미술품 구입중의 한 점인 `행복한 눈물`은 2002년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대략 80억원의 경매가를 지불하고 구입한 것이다. 고흐는 이제 우리에게 고전적인 불후의 명작을 남겼으니 그의 그림 값은 계산할 수 없는 문화유산으로 취급된다 할지라도 겨우 사후 10년이 좀 넘은 현대화가인 로이 리히텐슈타인(1923-1997)의 `행복한 눈물`이 지금은 100억원 정도의 값을 지닌다니 정말 놀랄 일이다. 그러면 도대체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린 것이며 어떤 예술적 가치를 가졌기에 이처럼 고가로 인기를 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이 그림은 사물을 그린 것이 아니고 대중만화의 한 컷을 확대하여 스크린 기법으로 복하한 위에 만화그림의 선을 정돈하여 강조하고 물감을 칠한 것이다. 크기는 96.5cm 정방형이다. 어쩌면 이 그림은 우리의 회화개념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 그림이라기보다는 상업광고물 같은 대중매체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 지금은 미술이 우아하고 고상하며 문학적인 내용을 담고 있어서 예술적 존엄성을 지녀야 한다는 철학에 서 일찌감치 뛰쳐나와 있는 것이다. 리히텐슈타인, 그는 뉴욕에서 태어나 뉴욕에서 생을 마감하면서 고도소비사회의 현실을 현대인의 기호에 맞는 아름다움으로 제시해 주었다. 지하철에서 쏟아져 나오는 출근길 인파, 햄버거와 콜라 한잔을 들고 일터로 향하는 그들의 경쟁적인 삶속에서 사색적이고 신사적인 근엄한 심각성에 예의를 차리고 살아간다는 것은 어쩌면 위선인지도 모른다. 간결한 선, 빛나는 색채, 단순한 구성, 이러한 대중의 선호에 맞아 떨어지는 미술적 호소와 누가 보아도 금방 알 수 있는 만화적 가벼운 감동이 넘치는 쉬운 내용이 그의 그림을 대중과 친숙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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