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마골재 - 밀목재 - 1,175봉 - 화주봉 - 우두령
연속 종주라 물한리에 있는 나그네 민박에서 하루밤을 쉬면서, 산행 걱정이 되어 눈을 뜨니 2시 15분이다. 그런데 두 사람은 피곤한지 탱크(?)가 지나가는 소리를 내고 있으며, 아직 이른 시간이라 다시 잠을 청해 보지만 잠이 오지 않아 몸만 뒤척인다.
3시 40분 일어나 산행준비를 하고 있는데 주인아주머니는 약속시간인 4시가 되니 정확하게 아침 식사를 들고 오신다.
어제는 일요일이라 많은 손님을 받아 피곤할텐데 3인분에 9천원 밖에 안되는 밥값임에도 불구하고 전혀 내색하지 않고 새벽에 식사를 제공해 주시니 너무나 고마울 뿐이다.
5시 민박집을 출발하니 이곳 물한리계곡 미니미골은 삼도봉, 석기봉, 민주지산, 각호산 등 1천m가 넘는 산봉우리에서 흘러드는 계곡물로 인해 수량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소와 폭포 등이 어우러져 뛰어난 경관을 자랑하고 원시림지대인 계곡 일대에는 오소리 등의 천연기념물과 붉은배새매 같은 희귀종이 서식하고 있다.
6시 30분 삼마골재에 도착, 이제 본격적인 대간길이 시작되는데 곧바로 오르면 시멘트 헬기장이 나오고 처음부터 잡목들이 쉬어가라면서 산꾼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잡목길을 오르내리다 보면 폐헬기장이 있는 밀목재가 나오고, 다시 잡목숲을 뚫고 오르다보면 1천89.3m봉에 이른다. 엄청난 잡목숲을 통과하면 주변은 소나무숲인 공터에 이르는데 어제부터 지금까지 잡목에 할퀴고 긁힌 부분이 아프고 따가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라 덥지만 반바지를 긴바지로 갈아입는다.
잡목구간을 지나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다 바위지대를 올라서니 1천175m봉으로 8시 33분에 도착해 간단히 간식을 먹으면서 주위 조망을 즐긴다.
남동쪽으로 내려서는 길은 갑자기 급경사 암릉 구간으로 위험하며, 안부를 향해 잠시 내려섰다가 다시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면 오래된 무덤이 있고 바로 뒤에는 1천207m의 화주봉 정상이다.
이곳 역시 최고의 전망대 구실을 하는 봉우리로 덕유산부터 이어지는 대간능선이 전부 조망되어 우리에게 큰 기쁨과 희열을 주며 9시 14분이다.
화주봉을 지나면 오르내림이 반복되다 헬기장이 있는 1천62m봉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미숫가루를 마신다.
오늘은 점심을 준비하지 못한데다 간식은 영양갱과 복숭아 통조림, 미숫가루가 전부다. 그런데다 어제부터 미숫가루를 많이 먹다보니 그 결과, 걸으면서 앞에서는 연신 핵폭탄(?) 세례를 퍼붓지만 굉음이 들린 후 느낄 수 있는 것은 미숫가루 냄새뿐이다.
삼각점이 있는 봉을 지나 넓은 길을 내려서면 송전철탑이 나오고, 잠시 뒤 타이어로 만든 방공호가 왼쪽에 보이고 많은 학생들과 어른들이 앉아서 교육을 받고 있다.
10시 19분 730m의 우두령에 도착하니 경북 김천시 구성면과 충북 영동군 상촌면의 경계를 이루며 오른쪽에 매일유업 김천농장이 있다.
물을 보충하기 위해 이용주님의 백두대간 길라잡이를 참고하여 김천과 영동쪽에 샘을 찾아보지만 보이질 않는다. 하는 수없이 매일유업 김천농장에 가서 물을 구하기로 하지만, 장렬하게 내리쬐는 태양의 열기가 아스팔트도로를 뜨겁게 달구니 내려갈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길 아닌 길을 만들면서 사슴 농장 울타리 옆 언덕을 타고 내려가다가 진한 더덕 향을 맡고, 주위를 살펴보니 상당히 오래된 더덕이 눈에 띄어, 네 뿌리를 캐는 생각지도 못했던 횡재(?)를 한다.
그리고 농장의 야외 수도에서 물을 떠 포장도로를 따라 올라오는데 어찌된 일인지 100마리가 넘는 사슴들이 전부 우리를 쳐다보고 있다. 순간 동물원의 원숭이가 된 신세이며, 사슴은 약재로 사용되는 녹용을 생산하는데 수컷만 뿔이 나고, 사향사슴을 제외하고는 쓸개가 없는 것이 특징으로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승이라는 노천명의 ‘사슴’이란 시가 생각난다.
물을 떠 올라오니 제1회 백두대간 산림생태 탐방팀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들은 사단법인 울산, 부산 한국산악회 지부 학생들로 산림청과 한국산악회 후원으로 20명의 학생과 12명의 인솔자로 구성, 8월 1일부터 8월 6일까지 5박 6일 동안 중고개를 출발하여 이곳 우두령까지 왔다고 한다.
어린 학생들이 무더위에도 불구하고 멀고 험한 길을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인내하고, 호연지기를 기르는 모습은 무척 대견스러워 보이고, 나도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저런 의지의 학생들을 데리고 산행을 할 수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