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7회를 맞은 경주벚꽃마라톤대회가 지난 성황리에 열렸다. 일본, 중국 등에서 참가한 외국인 800여명을 포함한 1만3천여 명이 펼친 레이스는 만개한 꽃송이들의 음률만큼이나 화려했다. 경주세계문화엑스포 광장을 출발, 시내를 통과한 뒤 다시 보문단지를 경유해 경주세계문화엑스포광장에서 대미를 장식한 이날 코스는, 세계 어느 곳에 내놓더라도 한점 뒤지지 않을 멋진 길이었다고 참가자들은 입을 모았다. 꽃길을 달리는 선수들의 근육질은 환하도록 꽃물에 젖었다가는 분황사길 돌아갈 때는 천년의 흙이 지친 숨소리를 위로하는 등, 의미 깊은 길들이 깨어나 선수들을 기다려주었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가족여행을 사월의 경주로 선택하는 이들이 있는가하면 직장의 동료들이 이 대회를 통해 친목을 도모하는 사례도 여럿 눈에 띈다. 함께 한 가족들까지 포함한다면 이날 경주를 찾은 이들의 숫자는 미루어 짐작이 간다. 벚꽃마라톤 참가를 목적으로 경주를 찾은 650여 명의 일본 후쿠오카 관광객들의 의미 또한 크다. 대회를 성공으로 이끌기 위한 경주시와 경주시 체육회의 노고는 물론이고 원활한 진행을 위해 참여한 학생, 공무원 등 자원봉사자 500여명과 시 보건소, 지역 병원의 구급차들이 속속 동원됐다. 이리하여 올해 대회도 별탈없이 성황리에 끝났다. 그러나 함께 어우러져 모두의 축제로 승화시켜야할 시민들의 반응은 퍽이나 냉담했음을 지적해본다. 만개한 벚꽃 아래 열린 마라톤 대회는 분명, 특별히 기획된 관광 상품이다. 선수들이 시내를 통과할 때 손을 흔들거나 박수로 격려는 못해줄망정 그들이 지나갈 동안을 못 참고 레이스를 방해하는 시민들도 여럿 있었다. 중앙시장사거리의 농악대가 그나마 작은 위안이었다. 시민 모두가 나선 흥겨운 축제로 자리매김 할 때 경주벚꽃마라톤 대회는, 스포츠에 앞서 세계 최고의 관광 상품으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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