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박 귀 룡 k형! 참 세월이 이렇게 빨리 가네요. 산수유꽃이 개나리 꽃인지 헷갈리다 목련이 만개하고 개나리 진달래 벚꽃이 피고서야 벌써 봄이 우리 곁에 성큼 와 있다는 감을 잡는 것을 보면 우리 삶이 세월 가는 속도를 따라 잡기가 힘에 부치는가 봅니다. 4월을 맞이하였습니다. 누군 잔인한 달이라 했고 누군 새싹과 꽃이 만개하는 희망을 노래하는 달이라고 했지요.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것 이외 우리가 가진 또 하나의 생일이 있는 이달이 기뻐하고 기대되어야 하지 않나요? 그런데 생일이 있는 달이 왜 우리에게는 기쁘지도 기대되지도 않고 더 쓸쓸하게 다가오죠? 조금 있으면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 모두가 보상될 것 같은 장밋빛 청사진이 그려지고 내일 당장 팔자 고쳐질 것 같은 대안들이 정부는 물론 관계기관들에 의해 나오고 방송·언론들은 아름다운 우리들의 모습을 그림 좋게 그려내겠죠. 우린들은 또 하나의 세상 모두가 돌봐야 할 대상으로 전락되겠죠? 우리나라에 우리들의 생일을 제정한 지가 28년이 되는 해임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린 성년으로 대접받지 못하고 돌잔치하는 갓난애처럼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를 돌봐주는 이들의 잔치꺼리가 되어야 하는 건가요? 이런 잔치는 이제 거두어야 하는 것 아니에요? 우리의 기념일은 같이 사는 모두가 삶에 지쳐 미처 살펴보지 못하고 함께 가야할 모두가 힘에 부쳐 챙기지 못한 것에 대해 한번 생각해보고 진정 힘든 이웃이 필요한 것이 무엇이고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들어보고 같이 고민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만들어진 날일 것인데 말입니다. 그동안의 노고를 격려하고 위로한답시고 먹을것 주고 볼거리 제공하는 것이 최상의 잔치라고 생각하는, 이웃들에 의해 만들어진 잔치에 우린 또 초대받아 들러리가 되려고 가야 하는 서글픈 상황이 되풀이 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어요 k형! 우린 왜 만났오? 무슨 모진 인연이기에 그 넓은 땅위에서 그 많은 사람들 속에서 하필 만나는 인연이 된 것이오? 우린 가끔 어느 선술집 목판위에서 한두잔의 취기를 빌어 우리의 만남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하지 않았오? 서로를 걱정하면서 서로를 위로 해줄 수 있는 존재가 된다는 사실에 고마워했고 감사했지 않았나요? 남들이 봤으면 팔자 사나워 사지 육신 망가진 놈들끼리(그것 때문에 만난 것인데) 잘 만났다고 감사해하고 고마워하는 꼴이 얼마나 우스웠겠소 . k형! 난 어느 순간부터 주위의 눈길과 눈총은 무시해 버렸다오. 무시한게 아니라 체념해 버렸다고 하는 것이 맞을거요. 우리 살아오면서 주위의 눈길에 얼마나 마음 아팠소. 들리지도 않을 쯧쯧 혀차는 소리가 유독 우리 귀에는 크게 들리고 그 소리 의식해 아닌척 하다보니 더 비뚤어지고 부자연스러워지고 말이오. 우리는 또 주변으로부터 ‘신체의 장애는 장애도 아니다’라는 위로의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소 그런데 왜 그 말이 우리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지요? 그런것 다 신경쓰다 보니 할게 별로 없고 내 스스로가 너무 힘들더라구요. 그런데 신경 안쓰니 정말 내가 편하더라구요. 어느 누구도 우리 아픈 곳 진정 몰라요. 우리끼리도 서로 아픈 곳 다 헤아려주지 못하는 데 말이오 왜 아픈지 얼마나 아픈지 모르면서 자기중심의 처방전에 우릴 갖다 맞추려하는 것 아닌가요. k형! 이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고 내 입에 맞는 음식을 먹고 내가 살고 싶은 곳에서 내가 살고 싶은 사람과 살고자 노력합시다. 이제 아닐때 아니라고 말하고 틀렸을때 틀렸다고 말합시다. 그리고 우리에게 주어진 권리를 포기 말고 당당히 요구하여 우리가 세상에 나갈 공간을 우리가 만들어 갑시다.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몸이 불편하다고 환경이 어렵다고 내 의지와 관계없이 포기하며 살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내가 결정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합시다. 두려워 하지 맙시다. 우리보다 더 불편하고 더 어려운 사람도 자신의 삶에 강한 애착과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삶을 주도해 나가는 모습을 보지 않았오. 우리 그 길로 같이 갑시다. 우리 만났으면 그 인연값은 해야 잖아요. 2008년 4월에…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