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구간, 5일만에 5개 도를 밟는 행운
소사고개 - 삼도봉 - 대덕산 -덕산재 - 부항령 - 삼도봉 -삼마골재
가게를 출발해 10분쯤 올라가니 배추밭 중앙으로 대간길이 이어지고 배추밭에서 오른쪽 숲으로 들어서서 초원지대를 지나면 계속 가파른 오르막인데 뒤를 돌아보면 소사마을이 내려다보이며, 고랭지 채소밭은 40여분 동안 계속 이어진다. 오르막이 끝나는 지점에 이르면 대간길은 왼쪽으로 꺾이어 북서방향으로 바뀌고 정상은 초점산, 삼도봉 1천248.7m, 무심이라는 글이 적혀 있으며 거창군 극북점이 있다.
첫번째 삼도봉은 지리산 삼도봉이 있었고, 이번이 두 번째 삼도봉으로 전라북도 무주군과 경상남도 거창군, 경상북도 김천시 삼도를 한꺼번에 아우르는 봉우리다.
밋밋한 능선길을 지나 급한 내리막을 만나게 되고 다시 억새밭을 지나면서 오르막이 시작되고 여기서부터는 밋밋한 능선으로 나무도 별로 없는 1천290m의 대덕산 정상이다.
옛날에는 다락산, 다악산으로 불리었고 정상에는 기우단이 있었다고 전하는 명산이다. 부드럽게 생겼으면서도 우직한 남성다운 덕기가 어린 이 산은 옛날부터 수많은 인걸들을 배출했으며, 무풍동은 남사고의 십승지지 중 하나로 알려진 고장으로 유명하다. 대덕산 정상 표지석에는 해룡고등학교 전교생 수련회 기념, 2000년 7월 25일 해룡고등학교장 권재홍 선생님께서 세운 비가 있다.
10시 12분 정상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복수박을 먹는데 맑던 하늘이 순식간에 먹구름과 운무로 가려지더니 비가 내리기 시작해 서둘러 출발을 하니, 완만하고 뚜렷한 길을 지나 다시 가파른 내리막에 키높이 정도의 산죽지대를 통과하면 오른쪽에 샘터가 나온다. 샘의 물은 그리 깨끗하지 않아 먹기에는 찝찝해서 그냥 지나친다.
두번째 샘을 지나 11시경 처음으로 부산서 온 대덕산 등산객 7명을 만난 후 한참을 더 진행하다 백두대간 종주자 4명을 또 만난다.
숲을 내려서면 앞에 임도가 보이면서 640m의 30번 국도인 덕산재가 나오고 빗줄기는 갈수록 더 굵고 세차게 내리는 가운데 기념촬영을 한다.
휴게소와 주유소는 폐허가 된지 오래된 것처럼 보이며, 비까지 내려 을씨년스럽게 느껴진다. 잡목숲을 헤치고 진행하면 절개지가 나오고 넓게 터를 닦은 공터가 나오는데 옛날 광산으로 백옥같이 새하얀 돌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고 복원이 되지 않아서 왼쪽으로는 약간의 산사태가 난 흔적도 있다.
오르내림을 반복하다 보면 헬기장이 나오고, 오른쪽에는 포장도로가 보이고 790m의 부항령에는 13시 10분에 도착한다. 오늘 계획은 이곳까지이지만 너무 이른 시간과 숙박관계로 조금은 무리가 되더라도 삼마골재까지 연장하기로 한다.
1천170.6m봉에 도착하니 약간의 공터가 있고 지금까지 걸어온 마루금을 한눈에 볼 수 있으며 특히 스키장으로 훼손된 향적봉까지 보이는 주위 조망이 뛰어난 곳이다. 여기서 오른쪽으로 약간 휘면서 미끄러지기 쉬운 내리막을 내려가면서 또 다시 손승락 회원이 엉덩방아를 찧으니 백두대간 종주를 하면서 엉덩이에 새로운 몽고반점(?)이 생길 것 같다. 김천 해인동과 무주 대불리에서 올라온 길이 만나는 지점을 15시 40분에 통과하니 삼도봉 정상이 빤히 올려다 보이고, 1천177m의 삼도봉 정상에는 16시 46분에 올라서니 환희와 감격의 순간이다.
지금까지 경상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충청북도를 5구간 5일만에 5개도를 밟아보는 행운과 기쁨이야 말로 이루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에는 삼도를 경계로 한 삼도봉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는 봉우리는 지리산 삼도봉과 거창 삼도봉, 그리고 이곳 삼도봉을 포함한 3곳이 있으며 모두 백두대간상에 위치해 있다. 그 중에서도 특히 조선 태종때인 1414년 8도로 나누었을 때 삼도에 해당되는 삼도봉은 유일하게 여기 밖에 없다.(경상도, 전라도, 충청도) 그리고 이제 전라도는 완전히 벗어난다.
오른쪽으로 내려서면 드문드문 바위도 있고 경사가 심한 길을 내려서면 1천10m의 삼도봉 안부(삼마골재)가 나온다. 안부에 도착하니 17시 20분, 헬기장이 있는 안부에서 왼쪽 미나미골로 해서 물한리 민박촌에 도착하니 18시 20분이다.
16시간 이상 물과의 전쟁(?)을 치른 후 신발과 양말을 벗으니, 3구간 때와 마찬가지로 발은 엉망이 되어 있고 샤워를 하면서 젖은 옷과 신발을 씻은 다음 저녁을 먹으면서 소주도 한잔 곁들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