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인 환
(부산대학교 명예교수, 산악인)
나는 일간신문을 읽지 않은지 오래되었다. 정치·사회면을 장식하는 싸움질이나 사건사고에 신물이 난 탓이다. 하지만 매주 화요일에 배달되는 경주신문은 꼭 챙겨서 읽는다. 주간이라 시사성은 없지만, 고향의 향기가 있고 천년고도의 숨결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내가 경주신문을 만난 것도 벌써 10년 가까이 되는 것 같다. 처음에는 내 고향 경주에도 신문이 나온다는 사실이 신기했지만, 현직에 있으면서 바쁘다는 구실로 책상 옆으로 밀쳐두었다. 몇달 지나니 신문대금 청구서가 왔다. 읽지 않더라도 계속 발간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요금을 납부하면서 인연이 닿았다. 그러던 사이 경주신문은 차츰 가까이 다가왔고 관심을 끌기 시작하더니 함께하는 신문으로, 결국은 기다려지는 신문으로 바뀌었다.
지난 3월 25일 경주신문을 받아들고 전체를 일별하면서 ‘권종훈의 1대간 9정맥(아홉 걸음)’에 시선이 멈추었다. 이러한 특수내용(등산)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몇명이나 될까? 지극히 제한적인 독자층을 가지고 있을것 같다. 그러나 나는 권씨의 글에서 첫걸음부터 함께 백두대간 길을 걸어왔고,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이라고 생각하니 즐거웠다.
나는 백두대간 산길을 1995년, 2002년, 2005년 세 차례 완주했고, 작년(2007년)에는 칠순기념 단독종주를 시도했다. 2월 지리산 천왕봉을 출발해 6월 중순 죽령 근처까지 갔을 때 의사로부터 장거리산행을 삼가라는 권고를 받고 중지했다. 언젠가 완성할 수 있다는 자신을 가지고 있던 차에 권씨가 대간종주를 하는 것을 보니 나 대신에 걸어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흥미로웠다. 다만 야간산행을 비롯해 너무 무리한 산행 모습을 보여주니 일반 독자들에게 거리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했다. 백두대간의 고생스러운 측면보다 즐거운 산행이라는 기록이 되기를 바란다.
내가 이 글을 쓰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등산예찬이다. 등산은 육체건강은 물론이고 정신건강에도 좋다. 산은 모든 스트레스를 통째로 받아들여 녹여주며 품어준다. 그래서 나는 등산을 사색의 시간으로 생각하며 혼자서 산을 즐기는 경우가 많다. 뿐만 아니라 산에 갈 때는 산삼 먹으러 간다고 생각하며, 지금 이 나이에도 50대 수준의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또 칠순기념 대간종주를 실행에 옮길 수 있었던 체력도 20년의 산행경력과 개인 통산 1천회 이상의 산행에서 다져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등산을 유일한 취미로 자랑하며 산을 너무 사랑하기 때문에 대학교수였던 자신을 스스로 산악인이라고 자처한다. 또 수봉산우회(경주중고 동문 산악회)를 만들어 동문 선후배와 함께 산행을 해온지 10년이 넘었는데, 그들이 한층 건강해지고 산행능력이 눈에 띄게 향상된 것을 보면서 보람을 느낀다. 산행에서 아직은 선두그룹을 유지하고 있으며, 후배들에게 젊어서부터 꾸준히 등산을 하면 칠순에도 대간종주를 할 수 있다고 이야기 해준다.
이 글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봄기운을 받고 산에 올라 산을 아끼고 건강하게 살아가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또한 경주신문이 건강한 취미생활과 교양생활의 폭을 넓혀주고, 경주사람들을 이어주는 매체가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