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문명의 위기를 생태적인 삶으로 극복하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어 보자는 사람들이 생태 마을 만들기에 분주하다.
남산과 망산 사이로 유유히 흐르는 기린내 강변에는 세찬 겨울 바람에도 아랑곳없이 힘찬 삽질로 뜨겁다.
경주자활후견기관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상 수급권자의 자활을 지원하기 위해 만들고 있는 `경주남산생태마을`이 바로 그 곳.
수급권자들의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될 경주남산생태마을에는 생산과 소비를 모두 생태적으로 해결하고, 여기서 생긴 부산물들은 모두 재활용한다.
생태마을에서는 시내에서 거둬들인 남은 음식물로 가축을 기른다. 그리고 가축이 먹다 남은 음식물을 생태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지렁이 사육실을 운영한다. 거둬들인 남은 음식물은 이 과정을 통해 완전 분해되는 것은 물론 고질의 유기질퇴비로 생산돼 하나도 버릴게 없어진다. 또 남은 음식물 운반이나 저장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파리, 모기, 냄새 등을 없애기 위해 생균제를 투여한다.
1천여평의 논에는 화학비료와 농약을 전혀 쓰지 않고, 오리를 활용하여 무공해 벼를 재배한다. 논을 더 확보하면 오리 농법 무공해 벼 재배 면적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주변 농민들에게도 오리 농법 재배를 권장하여 단지를 조성할 계획도 세우고 있다.
어른 키를 훌쩍 넘게 자란 강바닥의 갈대도 이들에겐 소중한 자원이다. 갈대를 베어 분쇄기로 잘개 쪼갠 후 가축의 분뇨와 함께 숙성시켜 퇴비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지난 가을 이들은 코스모스 씨앗을 따기도 했다. 사계절 꽃피는 생태마을을 만들기 위해서다. 코스모스뿐 아니다. 우리 들꽃의 씨앗이나 뿌리 구하기에도 열심이다. 보고 즐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름을 짜서 수익도 올릴 수 있는 해바라기 씨앗도 이들의 수집 목록에 들어있다.
참숯가마, 황토 온돌방 등 옛 조상들이 살면서 체득한 삶의 지혜도 재현할 예정이다. 포석정을 본떠 만든 생태관찰 물길에는 피라미, 버들치, 기름치, 뿌구리 등 민물고기들이 수초 사이로 유유히 헤엄치게 할 예정이다.
건설의 삽질이 한창인 경주남산생태마을 7천여 평의 농지 위에는 자활의 밑그림과 함께 현대문명의 병폐를 생태로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희망이 설계되고 있다.
▶사진설명 : 경주남산생태마을로 조성될 경주시 배동 997-3 일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