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의 아름다운 졸업과 입학
졸업과 입학의 계절을 맞아 각 학교마다 졸업식과 입학식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 5일 저녁 경주청년회의소 대강당에서는 특별하고도 감동스런 졸업식과 입학식이 있었다.
명문야학으로 널리 알려진 경주한림야간중고등학교의 2007년도 졸업식과 2008년도 입학식이 한꺼번에 마련된 것이다. 졸업생 30명, 입학생 41명이 그 주인공이었다.
그런데 이날 행사장에 참석한 졸업생이나 입학생은 가정형편이 어려워 학교에 가지 못한 불우한 청소년들이 아니었다. 모두가 한복과 정장을 반듯하게 차려입은 50~60대의 어르신들이었다.
이들은 일제강점기와 6.25 등 격동기의 갖은 시련을 겪으면서 살아온 분들로 또래들이 공부할 시기에는 형편이 여의치 않아 배우지 못하다가 아들딸들의 공부 뒷바라지 다 마쳤을 늦은 이즈음에야 야학의 문을 두드린 만학들이었다. 어쩌면 평생을 배우지 못한 한을 가슴에 안고 살아왔을지도 모를 아픔과 늦깍기로 배움의 장에 나서기까지 가져야했던 용기에 숙연함과 아울러 찬사를 보낸다.
혹독한 겨울을 견디고 피어난 꽃일수록 더 붉고 아름답다고 했던가. 비록 희끗희끗한 머리칼에 주름진 얼굴이었지만 졸업과 입학의 설렘과 기쁨으로 넘쳐나는 이들의 모습은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안겨왔다.
보기 드문 참으로 아름답고 뜻 깊은 졸업식과 입학식이었다. 비록 한발 늦었지만 배움을 통해 새로운 삶을 열어갈 이들의 앞날에 큰 축복이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배움을 열망하는 이들에게 수십년간 무보수로 봉사하고 있는 김윤근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30여분의 한림학교 선생님들의 숭고한 마음에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