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부인, 어머니의 문화 이해
결혼이민자가족 친정나들이
위덕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위덕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센터장 장덕희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경상북도사회복지공동모금회 포스코 지정기탁사업으로 결혼이민자가정 친정나들이 사업을 실시했다.
이번에 선정된 가정은 2가족으로 병규와 성규네 가족 8명이다. 병규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도시형다문화아동지원센터 시범사업과 언어치료교육에 참여했으며 어머니는 한국음식만들기와 간식만들기에도 참여하는 등 교육에 남다른 열성을 가진 가족이다.
성규도 동생 고은이와 함께 농촌형다문화가정아동지원센터사업과 언어치료교육에 참여한 학생으로 가정형편이 열악해 외가에 다녀오기가 힘든 가족들이 이번 사업에 선정됐다.
이들 가족은 지난달 25일부터 이달 1일까지 5박6일간 봄방학을 이용해 필리핀을 방문했다. 센터의 직원들도 이곳에서의 경험을 차기사업으로 연계하고자 병규네 외가에서 함께 체류했다.
먼저 병규 외할머니댁을 방문하기 위해 Ilocos Northe(일루코스 노르테)를 찾았다. 마닐라에서 할머니를 만나기 위한 반가움과 설레임을 안고 버스에 올랐다. 11시간이나 걸려 겨우 도착한 그 곳. 새벽 2시인데도 불구하고 외할머니와 친척들이 모두 저녁준비를 해 두고 우리를 기다렸다. 페차직전의 차에서 11시간에 걸친 장시간의 피로는 반가움에 희석되어 버렸다.
그러나 현지식 음식은 우리에겐 아직 무리였다. 하지만 손님이 먼저 식사를 하지 않으면 그들도 식사를 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그들의 풍습.
첫날을 보내고 병규 어머니 루세나씨는 돌아가신 친정아버지 묘소 참배와 우리센터에서 배운 닭찜 요리를 어머니께 직접 해 드렸고, 아버지를 일찍 여윈 자기와 오빠를 대학까지 뒷바리지해 준 선생님 댁을 방문했다.
선생님은 마닐라 출장으로 인해 몹시 지쳐 몸져 누워 계셨다. 어린시절 아주 영특했던 루세나씨와 그의 오빠의 대학 학비를 내어 주셨던 선생님이시란다.
우리는 가난하다고 생각했던 필리핀에서 그들의 기부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노쇠한 선생님을 본 루세나는 아버지 묘비 앞에서 보였던 뜨거운 눈물을 또 흘렸다.
반면 루세나씨의 아들 병규는 같은 나이인 이종사촌 고야모이모이(9)와 만나서 준비해 간 변신로봇 장난감을 만들기도 하고, 여기저기 뛰어 다니며 열심히 놀았다. 언어의 장벽은 그들의 놀이에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이번 방문에는 루세나씨에게 큰 언니 같은 시어머니도 함께 동행 해 사돈간의 첫 해후가 이루어졌다. 말은 안 통해도 손짓, 몸짓으로 하는 할머니들의 이야기는 정겨웠다. 아마 그들의 바램은 자식들 건강하게 잘사는 것 아니까.
병규 할머니는 한국으로 오시기 전날 입고 가셨던 바지, 티셔츠 그리고 여행 오신다고 새로 산 속옷도 그들에게 선물로 남겼다. 물론 쌈지돈도 함께 말이다.
한편 성규는 또래 아동보다 언어발달이 조금 늦은 편으로 다른 아이보다 한살 늦은 9살이 되는 올해 학교를 입학하게 된다. 입학 선물로 외할머니댁에 갔다. 성규 동생 고은이가 태어날 때 처음 외손녀를 보고, 어느 듯 7년이 지나 8살이 된 고은이를 할머니는 첫 눈에 육감으로 알아보셨다.
두 가족은 가족과의 밀린 해후를 보내며, 결혼 후 처음으로 한국식 효도관광길에 올랐다. 루세나씨는 초등학교 영어방과 후 교사를 하면서 모은 돈과 마릴린디드씨는 부업으로 어렵게 모은 주머니를 열어 한두 푼 보태어 필리핀의 부모님과 함께 하는 필리핀의 명소 구경을 하였다. 딸을 잘 두면 비행기 탄다는 한국 속담이 이래저래 맞는 것도 같다.
마지막 날 루세나씨의 친정에선 가족 모두를 위한 바비큐 파티가 벌어졌다. 집에서 사육하던 돼지 한 마리를 잡은 것이었다. 하루 온 종일 걸려서 바비큐를 했다. 하나부터 열가지 모두 장작불을 집혀서 하는 일이라 손이 많이 가는 일일텐데 모두가 열심히 사위와 손님을 접대했다. 작은 동작하나에서부터 그들의 정성을 느낄 수 있었다.
장덕희 센터장은 “우리나라에서 사위가 오면 씨암탉을 잡듯이 필리핀에서도 그들이 가진 가장 좋은 것으로 대접을 하는 것 같다”며 “어디서나 사위는 아주 귀한 손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고 이번 여행은 필리핀의 결혼과 가족의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어 며느리, 부인, 어머니의 문화를 이해하고 진정한 한 가족이 되기 위한 참된 지혜를 모으는 직접적인 계기가 되었다”고 이번 사업 추진의 의의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