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 잡는 매’원자력발전 한수원(주) 월성원자력본부 홍보부장 김 관 열 옛날부터 꿩고기는 겨울철 귀한 음식으로 ‘규합총서’라는 문언에 의하면 “어육장, 완자탕, 쇠곱창찜 등 다양한 요리 재료로 사용됐고 맛이 시고 무독해 몸에 매우 좋다”고 한다. 요즘에는 접할 기회가 많지 않지만 아직도 강원도식 막국수 위에 얹어 먹던 꿩고기의 맛을 잊을 수가 없다. 꿩에 관한 많은 얘기 중 빼 놓을 수 없는 것이 꿩 사냥 얘기다. 꿩 사냥의 으뜸은 단연 매를 이용한 사냥을 꼽을 수 있다. 매를 이용한 사냥은 옛날 기록을 보면 ‘방응(放鷹)’이라 하여 길들인 매를 날려 보내 수렵 활동을 하는 것으로 아득한 고대부터 내려온 전통이다. 그런데 사냥에 쓰는 매는 사람 손으로 정성껏 훈련해 길들인 보라매라야 가능하며 산에서 제풀로 자란 매는 사냥에 이용할 수 없다고 한다. 어느 TV 프로그램에서 매사냥꾼에 의해 사냥매로 길들여지는 혹독한 준비과정을 그린 한편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우리나라의 원전이 바로 이러한 훈련과정을 거친 잘 길들여진 사냥매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우리나라의 원전역사는 70년대 외국으로부터의 원자력 기술 도입 단계, 80년대 기술 축적 및 국산화 추진단계를 거쳐 90년대 원자력 기술 자립 단계, 2000년대 들어 와서는 완전한 기술자립과 신형 원자로 개발 등을 통한 원전기술 해외 수출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초기 원전기술 도입 시에는 우리의 열악한 기술수준 때문에 외국 계약자 주도하에 발전소를 건설하고 최종 키만 넘겨주는 턴키(Turn Key)방식의 계약방법에서 출발하였으나 30년이 지난 현재 짧은 원전 역사에도 불구하고 한국표준형원전의 개발이 가능한 단계로 진입해 있으며 우리나라 전력의 40%를 담당하고 있다. 에너지원의 97%를 수입해야 하는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의 입장으로 볼 때 여간 대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전 세계적으로 현재 31개국에서 약 430호기의 원전이 운전 중에 있으며 신규 원전 건설 또한 점차 확대되고 있다. 러시아, 미국, 유럽 등은 물론이고 많은 나라에서 신규 원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으며 현재 건설 중인 원전만도 35기, 계획 중인 원전 또한 47기로 세계 원자력 산업계는 현재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원전은 ‘코리안 모델’이라는 이름으로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며 루마니아, 중국, 인도네시아, 베트남 등의 해외 시장 개척에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세계는 왜 ‘제2의 원자력 르네상스’를 맞이하게 된 것일까? 세계 각국은 현재 고유가와 지구온난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얼마 전 국제유가가 고공행진을 하며 100달러를 가볍게 뛰어 넘었다. 언제부턴지 주유소에 가면 계기판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각종 언론 매체에서 제2, 제3의 오일쇼크를 들먹거린다. 그 뿐이겠는가? 환경이 파괴되고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의 사용이 확대되면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증가하여 지구를 온실처럼 뒤덮는 지구온난화현상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할 정도로 심각하다. 전문가들은 그 원인이 인간이 소비하는 화석연료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 때문에 초래했을 가능성이 90% 이상이라고 말한다. 이런 상황에서 에너지 선진국들은 앞 다퉈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해결방안을 찾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이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방안으로 원자력을 재평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원자력발전은 이산화탄소 배출이 거의 없고 준 국산 에너지원으로 다른 에너지원에 비해 발전원가가 저렴하다. 요즘처럼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환경문제가 현실로 다가오니 에너지 안보라는 측면 외에 또 다른 측면에서 원전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우리나라는 총 20기의 원전을 운영해 세계 6위의 원전 대국으로 떠올랐다. 원전의 안전성과 이용률 면에서도 세계 최고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원자력발전은 친환경에너지로서 지구온난화 방지에 기여함은 물론 우리나라 에너지 자립을 이끌고 있는 현실적 방안인 것이다. 30년 동안의 고된 훈련과 시련 속에서 자립한 우리의 원전기술은 창공을 비행하여 목표물을 낚아채는 잘 훈련된 ‘사냥매’처럼 세계로 비상하는 그 날을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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