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문화재 화재에 안전한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재 가운데 하나인 숭례문이 방화범에 의해 불길에 휩싸인 채 잿더미로 변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고 말았다. 민족의 대명절인 설 연휴에 서울 한 가운데에서, 수많은 소방차와 소방관들에 둘러싸인 채, 온 국민이 안타깝게 지켜보는 가운데 그렇게 무너져 내린 것이다. 정초에 대한민국 심장부인 서울 중심에 있는 대한민국 국보 1호가 저렇듯 허무하게 불타버린 데 대해 많은 국민들은 안타까움을 넘어 허탈해 했다. 600년 역사를 간직해 온 소중한 문화재가 순식간에 소실되는 광경을 지켜보면서 숭례문에 버금가는 많은 문화재가 산재한 경주는 과연 화재에 얼마나 대비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현재 경주에는 국보 32점, 보물 82점, 사적 76개소 등 국가지정문화재 214점과 도 지정문화재 97점 등 총 311점의 문화재가 있다. 이중 목조건물이 193개소에 500여 채에 이른다. 이외에도 문화재급에 해당하는 서당, 정자, 재실, 정려각 등 마을 곳곳에 흩어져 있는 비지정 문화재까지 합하면 그 수는 수천에 이른다. 그러나 경주에 산재한 수많은 목조문화재와 유물 가운데 방화시설을 갖춘 곳은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경주의 중요 문화재 가운데 스프링클러를 설치한 곳은 단 한 군데도 없고, 화재감지기가 설치된 곳은 불국사와 석굴암, 기림사 등 3곳에 불과하다. 또 옥외소화전이 설치된 곳도 불국사(20), 옥산서원(6), 양동마을(33), 기림사(3), 석굴암(2) 등 12곳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소화기를 비치하는 수준이다. 그마저 지난달 18일 양동민속마을의 화재에서 그랬듯이 설치된 소화전이나 비치된 소화기의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정작 불이 났을 경우 작동하지 않는 등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어 철저한 관리감독과 개선이 요구된다. 숭례문 화재에서 보았듯이 특히 목조건축물은 화재가 났을 경우 초기 진화에 실패하면 속수무책이기에 초기진화를 위한 방화시설이 시급하다. 천년의 역사를 간직한 경주의 소중한 문화재가 화재로 인해 소실되는 일이 없도록 감시시스템과 방화설비, 문화재실측, 주민감시단조직 등 근본적인 대책이 요구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