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대간 9정맥
6월 16일 토요일, 몸살주사와 링겔을 맞고 떠난 2구간 산행
성삼재-고리봉-만복대-정령치
금요일 군 복무 중인 제자가 휴가를 나와 곡차를 마시기 위해 식당으로 갔지만, 감기몸살로 인해 곡차가 넘어가질 않으며,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는데 온몸에 열이 나고 땀으로 뒤범벅이다.
토요일 출근하니 몸 상태가 더욱 엉망이다.
지금까지 근무하면서 몸이 불편해 조퇴나 결근을 한 적이 없지만, 오늘은 너무 힘들어 몇 번이나 조퇴를 할까 망설였지만, 오전 수업이라 참고 견뎠는데 퇴근 시간 사무국장님이 전화를 했다.
저녁에 갈 준비는 다 되었느냐고 묻기에 지금 몸살로 산행에 참여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하니 빨리 병원 가서 치료하고 따라가라 한다.
책임자가 안가면 어찌 하느냐며 도저히 올라갈 수 없으면 차량이라도 지키라 한다.
이 노릇을 어이할까나.
퇴근을 하는데 걷기조차 힘들고 점심은 넘어가지 않아 병원에 가서 몸살주사를 맞은 후, 링겔을 맞고 있는데 회원들로부터 전화가 오고 모두들 걱정을 많이 해주니 고마울 뿐이다.
집에 와서 20시까지 잠을 자면서 엄청난 땀을 흘리고 나니 몸은 많이 가벼워졌지만 아직도 머리는 띵하고 많이 아프다.
집사람과 아이들도 걱정이 되는지 가지 말았으면 하는 눈치다.
이렇게 무리(?)해서라도 가야하는지 의문이다.
하지만 이제 겨우 시작인데 몸살 때문에 다음으로 미루거나 포기한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지면서 오기가 발동해 불굴의 투지로 산행에 참여한다.
23시 10분경 회원들의 환송을 받으며 인월을 거쳐 하늘 아래 첫 동네인 심원 마을을 지나, 우리가 탄 차는 서서히 목적지인 성삼재에 다가선다.
보이는 사람은 우리 일행 6명뿐이며, 3시 30분 2구간 산행의 첫발을 내디딘다.
어둠을 뚫고 4시에 작은 고리봉을 통과하는데, 하늘에는 구름이 많아 달이 수시로 숨바꼭질을 한다.
구름에 달 가듯이 달을 벗하여 걷다보니, 성삼재와 만복대 중간지점인 묘봉치(1,130m)에 도착한다.
여기서의 조망은 노고단을 중심으로 우측에는 종석대와 성삼재, 좌측에는 반야봉과 여러 능선 봉우리가 어둠속에 어렴풋이 보일 뿐이다.
또한 심원계곡의 달궁마을은 적막한 어둠만이 깃들어 있고, 서쪽의 산동면 쪽에는 민가에서 흘러나오는 희미한 불빛과 가로등만이 어둠을 밝히고 있다.
만복대 오름길은 경사가 심한데다 여명이 밝아오기 시작하여 일출을 보겠다는 일념으로 거의 뛰다시피 올라가니 5시 11분이다.
그렇지만 구름이 너무 많아 일출을 보지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 순간이다.
그리고 얼마나 빨리 걸어 올랐던지 우리의 자랑스러운 초보 산꾼 손승락 대원은 뒤따라오면서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고 술회를 하면서, 이후 그렇게 좋아하던 담배를 끊어버리는 결단을 내리기도 하였다.
비록 멋진 일출은 보질 못했지만 만복대(1,433.4m)에서 바라보는 지리산 주능선과 주위 조망은 무척 뛰어나다.
특히 억새풀로 뒤덮여 있는 정상은 오늘 산행구간 중 제일 높은 봉우리로 전라남도 구례군과 전라북도 남원시의 도계로 가을에는 억새가 멋진 장관을 이루는 곳이다.
그리고 남원은 한국 문학 작품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춘향전과 매월당 김시습의 한문 단편 소설 만복사 저포기의 배경이기도 하다.
일출을 포기하고 기념촬영과 간식을 간단히 먹고, 다음 봉우리에 도착하니 멀리 구름사이로 해가 솟아 올라온다.
이때가 5시 35분, 조금만 일찍 날씨가 맑았다면 멋진 일출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을텐데...
정령치(1,172m)를 향해 내려오다 단체 산행팀 30여명을 만나고 5시 56분 정령치 휴게소에 도착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