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종훈의 1대간 9정맥 세걸음 종석대를 찾아라 벽소령-명선봉-토끼봉-삼도봉-노고단-종석대-성삼재 벽소령 대피소에 8시 23분 도착하니, 집에 있으면 잠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에 벌써 지리산의 반을 넘어섰다. 이제 가슴이 뿌듯해지면서 걱정했던 지리산 구간은 생각보다 쉽게 끝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이곳은 많은 종주자들이 1박을 하고 종주를 하는 중간 지점이 되는 곳으로 형제봉과 삼각고지를 지나 연하천 산장에 도착한다. 연하천 샘터의 시원한 물속에는 내 인생의 동반자나 다름없는 술(캔 맥주)이 반기지만 장거리 산행의 부담 때문에 사 마시질 못하고, 내 고생보따리(배낭)에는 참소주가 주인을 찾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토끼봉 정상은 1982년 2월 지리산 종주 때 뱀사골산장에서 1박을 하고 아침 일찍 올라 일출을 본 바로 그 봉우리다. 그때 촛대봉을 지나면서 간식은 떨어지고 허기가 져, 더 이상 걷기가 힘들어 몇 차례에 걸쳐 눈을 먹으면서 겨우 서너 발자국을 움직였지만 그것도 잠시뿐이다. 더 이상 움직일 수가 없어서 생각해 낸 것이 어릴 때 즐겨 먹던 생쌀을 꺼내 먹으니, 에너지가 보충이 되어 오후 3시경 장터목산장에 도착한다. 산장지기 왈 “젊은 놈들이 대단하다”는 칭찬과 함께 겨울 산행에 장비가 너무 허술하다면서 꾸중을 하시고, 산장에는 밤새도록 눈이 내려 허벅지까지 빠지는 길을 어렵게 뚫고 천왕봉에 오른 기억이 회상된다. 토끼봉을 뒤로 하고 내리막을 내려가니 화개재가 나온다. 재 넘어가는 바람에게 안부를 전하고, 내려왔던 만큼의 고도를 채우기 위해 사다리를 줄기차게 올라갔지만 엄청난 수(551계단)의 계단이 놓여 있어 종주 중 가장 힘든 곳이다. 삼도봉은 지난날 지리산의 많은 봉우리 중 가장 천박한 날라리봉이라 했는데, 대간상에는 세 곳에 삼도봉이 있지만 국립공원지역에서는 전국 유일한 삼도(경남, 전남, 전북)경계가 만나는 봉우리이다. 노고단은 산허리를 휘두른 구름인 노고 운해가 지리산에서도 으뜸으로 치는 경관으로 꼽힌다. 정상적인 마루금은 노고단 정상에서 바로 능선을 타야 하지만 출입금지 구역이라 우회하니 물을 건너야 하는 아쉬움이 있다. 물을 건너지 말아야 한다는 산줄기 산행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50여분을 헤매다가 힘들게 종석대를 찾았더니 백두대간 주능선인데도 불구하고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어 표지기도 보이질 않는다. 종석대를 거쳐 14시 55분 선두로 성삼재에 내려서니 출정식에 참석했던 회원들이 반갑게 맞이해 주고, 이로써 6월 3일 1시 15분 중산리 매표소를 출발하여 천왕봉에서 출정식을 가지고 성삼재에 14시 55분에 도착했으니 총 소요 시간은 13시간 40분이다. 일행들이 계속 도착하고 후미는 16시경 도착하니, 백두대간 1구간 지리산 종주 그 막을 내린다. *지리산 10경은 천왕봉 일출, 노고단 운해, 반야봉 낙조, 피아골 단풍, 연하선경, 벽소명월, 세석철쭉, 칠선 계곡, 불일폭포, 섬진청류로 계절마다 독특하고 아름다운 경치를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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