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보러 가자!
어렸을 때 엄마가 하던 말 중에 제일 반가웠던 말이다.
운 좋으면 엿 한가락, 풀빵 하나라도 얻어 걸리는 수가 있었으니...
아직도 장에 가면 흥겹고 신난다.
할머니가 손수 알뜰살뜰 기른 각종 채소들은 올망졸망 모여 덤으로 줄 후박한 인심들과 함께 새 주인을 맞이한다.
대형마트의 쇼핑카트가 아니라 장바구니와 까만 비닐봉지를 끼고도 마냥 뿌듯하다.
할머니들 인심에 흐뭇해져 온 장터에 미소를 날리고 다닌다.
이러다 사람들이 나를 보고 검지손가락으로 귓바퀴 돌리는 거 아닌가 걱정 된다.
설날이 다가오는 요즘은 내가 참새가 되어 방앗간을 못 지나간다.
모락모락 김나는 가래떡 한입 베어물면 그냥 행복한 걸 어쩌란 말인가, 그것도 인심좋은 떡집 아지매가 맛보라고 준 거니...
꽁꽁 언 지갑과 마음을 녹이기에는 시장만한 곳이 없다. 천원어치 콩나물 사면 거짓말 조금 보태서 이천원어치 담긴다.
1 경주 성동시장에서 제일 큰 문어집
2 갖가지 부침과 제사음식을 다 파는 집
3 사람은 버스를 기다리고 과일은 주인을 기다린다
4 목욕제계하고 뽐내는 중인 생선들
5 쌀강정 한봉지 5천원~!
6 강정 만드는 것도 기술이 필요한 것이야!
7 차례상에 밤, 대추 빠지면 큰일나요
8 아~! 멸치도 맛보고
재래시장은 추억이다.
이렇듯 어김없이 다가오는 올 설에도 재래시장은 넉넉한 마음으로 우리를 기다린다.
“엄마, 우리는 차례장보러 언제가노?”
황재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