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방문기(6)● 언어의 변화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성을 다해 준비한 환영회와 만찬은 그런대로 방문객의 가슴을 흐뭇하게 했다. 식사가 끝나면 시골 구멍가게 같은 곳을 지나쳐야 하는데 그곳은 면세점이다. 10평 남짓한 상점안에는 물품들이 초라하게 진열되어 있다. 종류도 단조롭고 상품도 빈약하다. 담배, 술, 개성인삼 그리고 꿀과 산채 나물이 전부다. 이곳에서는 채소류를 남새라 부르고 통용되는 말도 듣기가 어색한 것이 너무 많다. 반세기가 흘렀건만 변하지 않은 것은 단일민족 한피 받은 사람인지 생김새도 같고, 의복도 크게 다르지 않고 문화 풍습이나 생활양식도 거의 비슷하다고 하겠다. 좁은 국토지만 지역마다 방언이 있고 옛날에는 말의 억양과 풍습에 따른 언어의 변화가 바로 교통의 두절로 사람의 왕래가 없었고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해 표준어가 있어도 거의 일부분 사람에게만 통할 뿐이었다. 한 나라가 두 나라로 갈림길에 따라 언어의 변화에 큰 차이를 두고 있어 통일이 되어도 이것이 또 하나의 문제꺼리로 많은 세월을 필요로 할 것 같다. 전혀 낯설게 표현되는 말들을 열거한다면 살갗-피죽, 몸살-된병, 늑막염-가슴막염, 도시락-곽밥, 부침개-누름적, 떡국-병탕, 누룽지-밥가마치, 팥빙수-단얼음, 입버릇-창머리, 달콤하다-달달하다, 잉어-발강이 그리고 스포츠 용어는 영어가 많아서 더욱 쓰지 않는다. 축구의 업사이드-공격어김, 바나나킥-깍아차기, 투헤머-철추 던지기라 하고 블레지어-가슴띠, 숫자의 가감법-더 덜기법, 가발-덧머리, 개간지-일군땅, 각선미-다리매, 거짓말-꽝포, 건망증-잊음증, 공무원-정무원, 날씨-날거리, 야구의 내야수-안마당지기, 뇌물-꾹돈, 단발머리-중발머리라 하고 전구-불알, 형광등- 긴불알, 샹드리에-떼불알, 아랫목-가마목이라 하며 옛날에 쓰다 지금은 자취를 감춘 남측 말 땅콩-낙화생, 토마토-일년감 등으로 쓴다. 전혀 감도 잡지 못하는 말중에는 찌거기-깡치, 교통비-신발차, 종이전지-옹근장, 신품-새라새것, 개구리-멱자구, 가정주부-가두여성, 이내,곧-인차, 계란말이-색쌈, 교대-대거리, 김매기-풀잡이, 난소암-알집암, 나이트-밥상 칼, 높은 음자리표-고음기호, 다이너마이트-남포약, 덤핑-막팔기, 간통사건-부화사건, 걷어차다-걸차다, 관광버스-유람버스, 구설수-말밥, 국물-마룩, 권투 글러브-타격장갑, 꿈나라-잠나라, 끼니-때식, 노크-손기척, 달걀찜-닭알두부, 노려보다-지르보다, 도너츠-가락지빵, 도와주다-방조하다, 늦가을-마가을 등 우리가 쉽게 쓰는 말이 변형된 것들을 보기도 했는데 그 수많은 말들의 통일이 언제 어떻게 하나로 쓰이게 될까 긴 세월이 필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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