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재론되나?
“진수성찬 차려 남주는 꼴이 된다”
한수원 이전부지 재검토 부상 관심
지난 23일 한수원은 경주시의회의 요구로 그동안 추진상황을 두고 논란이 되어왔던 ‘한수원 본사이전 및 유치지역지원사업 추진현황’에 대해 설명회를 가졌다.
이날 설명회에는 태성은 월성원자력 본부장, 정효선 신월성건설소장, 정기진 방폐장건설처장, 신흥식 본사이전추진실장, 신재택 본사사옥건설소장, 이용래 월성원자력 대외협력실장, 김상조 본사이전추진실 부장 등 한수원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본사이전 추진현황, 주민약속사항(학교설립), 유치지역 지원사업 현황(컨벤션센터 및 다목적시설, 에너지박물관, 국도31호선 우회도로개설, 어일~대본간 우회도로 개설) 등에 대한 보고에 이어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다.
▶한수원 본사이전 추진과 난제=한수원은 이날 설명회에서 ‘방폐장특별법’에 따른 본사이전은 지난 2006년 12월 29일 경주시 양북면 장항리로 이전부지를 발표한 이후 △문화재 지표조사를 포함한 부지특성조사(’07.2 - .07. 8) △공공기관 지방이전계획 승인 요청(’07. 7) △공익사업인정 신청(’07.8) △경주시에 장항리 부지에 대한 도시계획변경 요청(’07.9) 등 본사사옥 건립을 위한 절차를 순차적으로 진행 중이며 2010년 7월인 법정기한 내 이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수원의 본사이전 추진 계획과는 달리 본사건물이 양북면 장항리에 완공돼 당초 계획했던 2010년 7월까지 입주하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는 것이 확인됐다.
이날 설명회에서 한수원 본사이전추진실 김상조 부장은 “본사 이전은 절차상 계획대로 추진하고 있지만 현재 보전녹지로 지정되어 있는 장항리 부지를 개발가능용지로 도시계획을 변경하기 위해 경주시의 도시계획재정비 용역에 포함시켜 추진 중이며 기간은 내년 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부장은 또 “본사이전을 기간 내에 한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지만 재정비계획수립, 문화재발굴 등 현재 경주지역의 여러 가지 여건을 볼 때 다 맞추기는 어려운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절차라면 문화재 발·시굴조사와 부지매수 등을 병행하더라도 도시계획변경 후 건축현상설계와 실시설계, 기반시설조성 및 부지정지공사, 건축공사, 준공까지 적잖은 기간이 소요돼 이 같은 절차가 무리없이 진행되더라도 장항리에 건물을 들어서기까지는 당초보다 2~3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본사이전부지 내에 매장문화재도 향후 본사 건축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신라문화유산조사단에서 제1지역 4만2천945㎡는 정밀 발·시굴조사, 제2지역 11만3천5675㎡는 표본 발·시굴조사를 한 결과 제1지역 전역에 통일신라시대 토기편, 조선시대 분청사기와 백자편이 다량으로 수습됐고 제2지역 일부에서 통일신라시대 토기편과 조선시대 분청사기편이 수습됐다.
한수원 측은 “공사 시행 전 문화재청이 매장문화재 조사를 실시한 후 공사의 시행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말했다.
한편 양북면 장항리로 확정된 본사 이전부지는 15만7천142㎡로 117필지에 56명이 소유하고 있으며 부지내에는 가옥 4세대, 분묘 23기, 영업권 및 다수의 유실수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본사부지 주변에는 가옥 31세대, 분묘 51기 등이 있고 화랑고 주변에는 가옥 14세대, 분묘 25기 등이 있다. 주변지역 주민들은 현재 집단이주단지 조성 및 원만한 보상을 요구하고 있는 상태다.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재론되나=이날 설명회에서는 시의원들 간에 장항리 부지에 대한 재론도 제기됐다. 재론을 주장하는 의원들은 동경주 주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수렴한다는 전제를 하면서 국책사업 유치에 따른 경주시 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위해 다시 한번 시민들이 뜻을 모아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이진구 의원은 “2005년 11월 2일 89.5%라는 찬성으로 방폐장을 유치한 후 진행이 미진했다. 2006년 시민들이 대가를 치러서 확정된 부지에 건물을 지을 때 주변에 장항사지와 석굴암에는 문제가 없으며 재해에도 안전한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시장과 의장은 신라천년 이후 최대 3대 국책사업 추진으로 경주의 미래가 밝다고 하는데 과연 그길로 가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며 “시민사회단체와 주민대표들이 경주의 갈 길이 무엇인지 고민을 하고 동경주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할 때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정석호 의원은 “시민들이 한수원 본사에 거는 기대는 크다. 그(장항리) 위치가 협소한데 가능할지 의문이 든다”며 “상생발전은 시민의 몫이며 동경주 주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하게 하는 것도 한수원의 책임”이라며 분발을 촉구했다.
이종근 의원은 “(한수원)위치가 모호한 곳에 정해졌다. 차라리 동경주에 완전히 가던지 아니면 시내에 오던지 해야 하는데 협곡에 결정을 해서 재론의 여지가 있는 것이다”고 “울산에서 도시계획을 해 들어오고 있는데 이제는 지혜를 모아야 한다. 동경주 주민들의 뜻이 전제되는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재론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김성수 의원은 “(한수원 본사 이전부지 재론은)그동안 경주의 금기사항처럼 이야기를 안 하지만 시민들이 모이면(방폐장을) 유치할 때 쫓겨서 석연치 않게 했다는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며 “이제는 미래를 봐야한다. 지혜롭게 대화를 해서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일헌 의원은 “지역 이기에서 벗어나 터놓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앞으로 도시계획재정비 등 그림이 어떻게 될지 모른다”며 “지금까지 볼 때 시너지 효과가 오려면 그곳보다 더 나은 곳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또 “경주시민들이 좋아서 방폐장을 유치한 것이 아니다. (잘못하면) 죽 쒀서 ○주는 것이 아니라 진수성찬을 차려서 남 주는 꼴이 된다”며 아쉬워했다.
강익수 의원은 “한수원이 시설, 재원규모에 대해 중앙부처에 보고를 했다고 하는데 진척은 어떻게 되고 현재 민원은 어떻게 해소를 할 것이냐”며 “본사가 언론에, 몇몇 사람에 의해, 특정인에 의해 옮겨질 수 있느냐”고 지적했다.
유영태 의원은 의원들이 장항리 부지 재론에 대한 이야기가 쏟아지자 불쾌감을 표출하며 반박했다. 유 의원은 “원전과 방폐장이 시내에 있으면 (3개 면 주민들은)이야기도 하지 않을 것”이라며 “지역주민들 생각도 해야지 문화재가 나오느니 하는 이야기로 의원들이 불씨를 던지는 것은 삼가 달라”고 반발했다.
이날 설명회에서 최학철 의장은 의원들이 장항리 부지에 대해 재론 발언을 하자 그때마다 민감한 사안을 의식한 듯 발언을 막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주민약속사항(학교설립)=학교설립은 작년 11월 9일 월성환경관리센터(방폐장) 착공식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공공기관지방이전 정책의 성공을 위해서는 직원가족의 동반이전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우수한 정주환경 및 교육여건의 조성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김종신 한수원 사장의 ‘한수원이 회사가 책임지고 학교 하나를 한국 최고로 만들어 내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말을 언급하면서 시작됐다. 그리고 경주시는 작년 11월 23일 고등학교나 4년제 대학교 설립 운영을 한수원에 요청했다.
한수원 본사이전추진실 김상조 부장은 설명회에서 “직원자녀의 교육여건 조성에 대해 전직원의 의견을 수렴하고 지역사회 우수인재 양성 및 최고의 학교육성을 위해 경주시 의견수렴과 외부 전문기관의 종합검토용역을 시행할 예정이다”며 “아직 이 분야에 담당이 없어 과장을 배치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종근 의원은 “학교는 한수원 때문에 짓는데 한수원 근방, 사택도 근방, 컨벤션센터도 모두 근방에 있어야 한다”며 “동경주 주민들의 합의가 있으려면 한수원, 시민, 의회도 나서야 하며 이런 문제는 모든 사람이 함께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또 “학교를 어디에 세울 것인지 하는 전제는 동경주 주민들의 뜻이 포함된 사업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컨벤션센터 및 다목적시설=경주시가 2006년 6월 30일 방폐장 유치지역지원사업 요청사업으로 추진하는 컨벤션센터 및 다목적시설 설치 사업은 총 사업비 1천280억원(국 40억, 지방비 40억, 기타 1천200억)이 들어가며 2011년 완공이 목표다. 시설은 전시장(3), 컨벤션시설(대·소회의실 10), 편의시설, 기타 부대시설을 갖춘 건물이다.
김상조 부장은 “한수원 본사부지 내 유치가 곤란할 경우 한수원이 건설해 경주시에 기부채납해 경주시 책임 하에 운영하는 방안이 있다”며 “경주의 경우 다목적시설보다는 컨벤션 기능을 더욱 발전시켜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컨벤션센터 경주건립의 핵심은 현재 장항리로 결정된 본사부지 내에 들어서면 한수원 측이 운영·관리 할 수 있지만 다른 곳에 설치하려면 한수원이 관리비용을 부담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현 장항리 부지내에 컨벤션센터를 건립해야 하는데 부지의 한계성 때문에 어렵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날 한수원 측은 컨벤션센터를 자신들이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부장은 “경주는 경관우수지역, 기반시설연계 우수지역, 도시발전 축 지역, 공공기관 이전지역 등으로 고려해 선택해야 하는데 현재 방항리 부지에는 해법이 나오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에너지박물관=한수원 측은 2011년까지 추진하는 이 사업에 대해 타당성 용역 후 사업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계획이다. 한수원측은 이날 설명회에서 에너지박물관을 홍보관 기능을 겸한 에너지과학관, 체험실, 청소년교육 및 연수시설로 방향을 잡았다고 했다.
한수원 측은 에너지박물관이 건립되면 경주시 전체의 관광산업활성화와 첨단 에너지밀집지역이라는 홍보개선효과, 지역주민이 고급문화시설을 향유할 수 있는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성주 기자
사진=최병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