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센터 생활지도사들 ‘이중고’
근무여건 좋지않고 저임금에 불만고조
국민의료재단, 노인전문병원 운영 포기
노인전문요양병원 운영 1년만에
노인전문간호센터 운영도 문제
백상승 시장 공약사업으로 야심차게 출발했던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이 위탁업체인 국민의료재단이 금융 채무 때문에 파행을 맞고 있는 가운데 지난 24일 경주시와의 협약을 파기했다. 경주시립노인전문간호센터도 운영에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국민의료재단 협약파기=경주시보건소 김미경 소장은 “24일 국민의료재단으로부터 협약을 파기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국민의료재단이 경주시로부터 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을 위탁받아 운영한지 13개월만에 부채를 감당하지 못한 것이다.
김 소장은 “위탁업체가 협약을 파기했기 때문에 절차를 밟아 새로운 위탁자를 선정할 것”이라며 “적어도 2~3개월은 걸릴 것으로 보이며 그동안 환자들이 불편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처음부터 장소 문제로 논란=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의 위치 선정 문제는 그리 순탄치 못했다. 경주시는 지난 4대 의회에서 장소문제로 확정하지 못했다가 후반기에 들어서야 현재 현곡면 상구리에 장소를 확했다. 경주시 조정위원회는 2005년 11월 1일 국민의료재단을 경주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위탁운영자로 결정하고 그해 12월 수탁계약을 체결했다. 그리고 2006년 11월 병원이 준공돼 11월 27일 문을 열었다.
위탁운영방법은 국민의료재단이 20억원을 시에 출연하고, 토지 및 건물을 기부채납하는 대신 향후 10년간 운영권을 갖는다는 조건이었다 지하1층, 지상2층, 150병상을 갖춘 노인전문요양병원은 건축비로 국비 15억7천만원, 시예산 18억7천만원, 재단측 출연비 20억원 등 54억5천200만원의 예산이 들어갔다.
그러나 2006년 제5대 경주시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위치문제와 진입로 공사에 과다한 예산투입(27억원), 진입로 변에 민간사업자 개인병원이 동시에 허가돼 건립되는 등 사업추진에 무리가 있다는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고 특혜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작년 행정사무감사에서도 개인병원 건축에 따른 진입도로 침하 및 붕괴, 설계변경, 공금유용의혹 등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불거지면서 논란이 됐었다.
▶1년만에 파행=국민의료재단은 금융빚 때문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병원측에 지급하는 진료비전액을 2개월째 받지 못하고 채권은행에 압류당한 상태다. 이에 따라 60여명의 직원들은 최근 2개월(12월과 1월) 동안 임금조차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의료재단 박 모 대표는 작년 12월 노인전문병원 인근 개인병원 신축시공사인 (주)S건설 김 모 대표이사에게 법인대표 명의를 이전했다.
박 모 대표가 명의를 이전한 것은 S건설측이 병원 신축과정에서 발생한 공사대금 수십억원을 받지 못하자 채권행사의 일환으로 법인을 인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파행은 재단 측이 노인전문요양병원이 개원하기도 전인 2006년 5월 이미 인근부지에 별도의 병원 및 장례식장 건축허가를 받아 작년 초부터 병원신축공사를 하면서 자금난으로 사채를 포함해 수십억원의 비용을 조달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현재 신축 병원 및 장례식장은 골조공사를 하다가 중단됐다.
▶경찰 수사 확대=경주시가 위탁운영중인 시립노인전문요양병원 및 간호센터가 개원 1년만에 부실·파행 운영으로 물의를 빚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경주경찰서는 최근 시로부터 운영권을 위탁 받은 국민의료재단 측이 수십억원의 부채로 직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집기 등이 가압류되는 등 심각한 경영난에 빠져 운영 전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국비보조금 횡령에 무게를 두고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또 시로부터 위탁 등과 관련한 서류를 제출받아 분석 작업에 들어갔다.
재단측은 2006년 말 시로부터 노인전문병원 신축에 들어간 54억여원의 경비를 모두 받고도 에어컨 설치비등 일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주시의 책임은 없나=사태가 불거지자 경주시보건소는 실태파악과 사태수습에 나섰지만 국민의료재단 측의 협약파기 이외에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따라 시는 재단 측에 조속한 결정을 요구했고 24일 재단 측이 협약 파기를 시에 통보했다.
그러나 출발부터 각종 의혹들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됐던 노인전문요양병원에 대해 경주시가 너무 무관심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조례나 운영세칙 등에는 수탁자가 회계연도 종료 2월 이내에 공인회계사의 결산검사를 받아야 하며 그 결과를 시장에게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또 병원의 예산·결산에 관한 사항 등은 시장의 승인을 받도록 하고 있다.
김 소장은 “위탁 운영 1년이 된 시점에 재단 측에서 자료를 요구했지만 내놓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경주시립노인전문간호센터●
경주시가 치매, 중풍 및 노년기 만성질환이나 장애로 가정에서 간호하기 어려운 노인환자들에게 의료적인 간호와 재활서비스를 제공해 가족들의 부담을 줄여주고 노인들이 편안하게 생활하기 위해 운영 중인 시립노인전문간호센터의 생활지도사들이 근무여건과 저임금으로 인해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 간호센터에는 56명의 노인들이 생활하고 있으며 통원을 하는 주간보호자 8명이 이용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간호센터 직급이 상향조정되면서 공무원은 11명이 늘어난 반면 환자들을 돌보는 생활지도사(간병사, 간호조무사 자격증 소지자)들은 13명에 불과했다가 지난 21일자로 4명을 충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충원 전까지는 입소자 3인당 1명의 생활지도사를 두어야 하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간호센터에서 환자를 직접 보살피는 생활지도사들은 현재 1일 2교대로 주간은 11시간, 야간은 13시간을 근무해야 해 대체근무가 늘어나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현재 생활지도사들은 1일 8시간 근무기준에 주간 3시간, 야간 5시간을 더 근무하고 있지만 시간 외 근무수당을 1시간 당 4천원(기본급 최저임금 1일 3만2천원/8=4천원)으로 책정해 사회복지생활시설 종사자 연장근로수당 가이드라인(연장근로시간당 통상임금(보수월액)×1/226×1.5)을 지키지 않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한 생활지도사는 “공휴일에 통근차를 배치하지 않아 가뜩이나 저임금에 교통비까지 부담해야하는 상황”이라며 “임금이 법대로 조정될까 하는 기대감으로 버티고 있지만 이 상태로 가면 근무자들의 이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간호센터 직급이 높아지면서 정규직의 인건비는 대폭 늘어났으나 예산 절감을 이유로 노인들을 직접 보살피는 생활지도사의 급여는 연장근무에도 불구하고 100만원에 불과하며 근무여건이 열악해 민간복지시설보다도 못하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이성주 기자